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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피해자 인권·명예회복운동 김봉대씨 부마민주시민상 수상

등록 2017-10-16 15:33수정 2017-10-16 20:06

피폭 후유증 유전 사실 알린 김형률씨 아버지…아들 이어 반핵평화운동

16일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시민상’을 받은 김봉대(80) 한국원폭2세환우회 고문. 김영동 기자
16일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시민상’을 받은 김봉대(80) 한국원폭2세환우회 고문. 김영동 기자
“아들 형률이가 아픈 몸을 이끌며 걸어온 발자취를 격려한 상입니다. 저는 단지 아들을 대신할 뿐입니다.”

16일 부산 중구의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시민상’을 받은 김봉대(80) 한국원폭2세환우회 고문이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폭 피해 2세 사실을 공개하고 피폭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 운동에 앞장서다 피폭 후유증으로 숨진 고 김형률(1970~2005) 한국원폭2세환우회 초대회장의 아버지다.

김씨는 1970년 형률씨가 태어나자마자 그를 업고 십수 년 동안 병원으로 뛰어다녔다. 형률씨는 폐가 좋지 않았는데, 병원에서도 원인을 몰랐다. 김씨는 “2002년에서야 희소병인 ‘선천성 면역글로불린 결핍증’에 걸린 것을 알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에 피폭된 아내한테서 피폭 후유증이 대물림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부자는 2002년 한국청년연합회 대구지부 사무실에서 원폭 피해자 2세도 피폭 후유증을 대물림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렸다. 이들은 원폭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과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펼쳤다. 형률씨는 2005년 5월29일 폐렴으로 서른다섯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원폭 피해자 2세들은 병마와 싸우고 있다. 가족들 역시 생존을 위한 위태로운 싸움과 가슴 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국내 원폭 피해 생존자는 지난해 기준 2400여명에 불과한데, 원폭 피해자 2세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16일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시민상’을 받은 김봉대(80) 한국원폭2세환우회 고문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부산민주공원 제공
16일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시민상’을 받은 김봉대(80) 한국원폭2세환우회 고문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부산민주공원 제공

김씨는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반쪽짜리 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5월 제정된 이 법은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 의료 지원 등 내용을 담았지만 장애와 질병을 앓고 있는 원폭 피해자 자녀 지원 등 후손 문제가 빠져있다. 김씨는 “19대 국회에서 알맹이가 빠진 채 법이 통과됐다. 정부와 국회가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핵인권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2015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핵 비확산조약 재검토 대회’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실상을 알렸다. 지난 8월 대구지법에 미국 정부 등을 상대로 원폭 투하의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냈다. 김씨는 “원폭 피해자 인권을 위했던 아들의 뜻을 이어가는 것이 내 남은 삶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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