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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터트린 ‘신의 한 수’…조용하던 섬마을이 왁자지껄

등록 2017-10-18 15:15수정 2017-10-18 15:25

짚트랙 설치하면서 올해 방문객 100만명 예상
산 위에서 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하강체험 인기
“한 번 더 탈래요. 한 번 더~, 한 번 더~.”

40대 중반의 직장인 맹아무개씨는 지난 여름휴가를 떠올릴 때마다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맹씨 가족은 지난 7월 말 아이들 방학에 맞춰 전남 강진의 가우도를 찾았다. 차 없는 섬이라 출렁다리를 건너야 했다. 해안길을 산책하고 뭍으로 나오려니 섬 밖의 주차장이 까마득하게 멀어 보였다. 온가족이 단숨에 뭍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짚트랙(공중하강체험시설) 을 타기로 했다.

이 짚트랙은 가우도 산 정상과 대구면 착륙장의 88m 표고차를 활용해 무동력으로 하강할 수 있도록 경사 8도로 설치됐다. 섬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뭍으로 날아가는데 1분 안팎이 걸린다. 4라인에 4명이 동시에 떠나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 연인끼리 공중에서 서로 마주 보며 추억을 쌓을 수 있다. 탑승이 두려운 사람한테는 두려움을 덜고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순서가 돌아왔다. 출발선에 서는 순간 둘째 딸(11·초등 5)이 갑자기 손사래를 치며 몸을 움츠렸다. 막상 6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니 자신이 없어진 모양이었다. 겁을 먹은 딸은 눈물까지 흘리며 울먹였다. 이미 몸에 안전고리를 매단 상태였다. ‘아빠도 타니까 괜찮아’라며 겨우 달랬다. 주저주저하던 딸은 억지로 줄에 매달렸다. 가족들이 동시에 바다를 향해 미끄러졌다. 속도감에 가슴이 후련해졌다. 시원한 비행은 아쉽게도 1분 만에 끝났다. 더 행복한 순간은 착륙한 이후에 찾아왔다. 주눅이 들었던 아이는 어느새 활짝 웃고 있었다. 착지한 딸은 “너무너무 재미있다”며 이번에는 다시 한 번 타자고 매달렸다.

긴 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그날의 풍경은 고스란히 동영상으로 남았다. 맹씨는 가끔 휴대전화 안에 있는 동영상을 돌려보며 행복감에 빠져들곤 한다. 동화 속 삽화 같은 정경을 전해들은 맹씨의 친구 가족은 다음날 곧장 가우도로 떠나기도 했다.

조용하던 섬마을 가우도에 방문객이 붐비고 있다. 주말이면 가우도에 들어가려는 관광버스와 개인차량이 한적한 시골도로로 밀려든다. 하루 방문객은 줄잡아 평일 700~800명, 주말 5000명에 이른다. 새해 첫날에는 1만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해가 갈수록 상승세는 가파르다. 집계를 시작한 2014년 17만6000명에서 2015년 43만2000명, 2016년 72만9000명으로 늘었고 올해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대박을 터트린 ‘신의 한 수’는 국내 최장의 짚트랙 설치가 꼽힌다. 강진군은 지난해 57억9600만원을 들여 가우도 섬 정상에 높이 25m 짜리 청자타워와 길이 973m인 4라인 짚트랙을 완공했다. 군은 전남지역에 설치된 전망대 31곳이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는 실정을 고려해 체험형 레포츠로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 이미 짚트랙을 설치한 강원 양구, 충남 대천, 충북 제천, 경기 가평, 부산을 방문해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구상은 딱 들어 맞아 관광 활성화와 수익 창출을 동시에 이룬 자치단체의 성공 본보기로 평가받고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애초 전망대만 건립하려다 적자인 다른 지역 사례를 보고 청자타워와 짚트랙을 혼합한 시설로 전환했다. 몇해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가우도짚트랙 공동대표는 코스를 두고 “육지보다 바다 위를 날아가니까 편안하게 느껴진다. 표고차가 커서 산 위에서 물 속으로 들어가는 아슬아슬한 기분이 든다. 혼자가 아니고 네 명이 같이 탈 수 있어 즐거움이 배가된다”고 소개했다. 이런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가우도 방문객의 10% 가량은 짚트랙을 이용하고 있다. 일부러 짚트랙을 타러온 20~30대 젊은 세대가 많고, 외지인이 60~70%를 차지한다. 지난 4월30일에는 방문객 9300명 중 297명, 9월3일에는 방문객 4300명 중 472명이 이용하는 등 갈수록 탑승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방학과 주말이면 하루 400~500명이 몰려 한 두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설치 뒤 10달 동안 이용자는 4만여명, 매출액은 8억2500만원에 이르렀다. 올해 매출액은 1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6만명 정도가 타야 한다. 운영업체는 3년 안에 한해 20만명 탑승이란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요금은 일반인 2만5000원, 학생 1만7000원, 주민 1만5000원이다. 일반인한테는 5000원을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 지역의 특산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군은 3년 동안 짚트랙 운영을 민간업체에 위탁했다. 업체에 최소 수익금 1억원을 보장해 주고, 추가 수익금은 50대50으로 균등하게 배분하기로 했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군의 수익도 증가하는 구조다. 수익금 규모는 개장 1년이 지나면 용역을 맡겨 엄밀하게 산출할 계획이다.

방문객이 몰리면서 섬 주변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국도 23호선 강진~마량의 교통량이 23% 증가했다. 섬 주변은 단체관광과 수학여행을 위해 찾아온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방문객이 몰리면서 경찰은 지난 4월 주말에 운영하는 치안센터를 열기도 했다. 광주와 서울에서 3가구 9명이 섬으로 귀촌하는 인구 증가도 뒤따랐다.

강진군 문화관광과 오광록씨는 “다른 시군의 공무원들이 직접 짚트랙을 타보거나 전화를 걸어 성공 비결을 묻기도 한다. 섬 안에 보행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푸니쿨라(밧줄의 힘으로 궤도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같은 교통수단)를 설치하거나, 해상에 제트보트, 카누, 카약을 두고 수상레저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강진군청 제공

국내 최장의 가우도 짚트랙은 수려한 풍경과 짜릿한 코스로 인기가 높다. 가족과 친구, 연인끼리 4명이 함께 신나는 하강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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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가우도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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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갈 수 없고 사람만 건너는 가우도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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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동안 짜릿한 공중하강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가우도 짚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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