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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청년에게 창업을 선물하다

등록 2017-10-18 15:20

‘주거 안정에서 창업까지’ 정책 지원
지역 정서·문화 살려, 예술 분야 확대
대전 중앙메가프라자 청년몰 창업청년들과 권선택 대전시장, 김경훈 대전시의회 의장,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6월28일 청년구단 옥상 야외무대에서 개장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 중앙메가프라자 청년몰 창업청년들과 권선택 대전시장, 김경훈 대전시의회 의장,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6월28일 청년구단 옥상 야외무대에서 개장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대전시 제공
“실감이 안 납니다. 꿈을 이뤄 즐겁고 신이 납니다.”

박유덕(29)씨는 3개월 차 사장이다. 지난 6월28일 대전 동구 원동네거리 중앙메가프라자 3층 청년구단에서 주점 주로(酒路)를 창업했다. 박 사장은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농촌진흥청 연구원으로 일하며 전통주를 공부했다. 대학원에서도 전통주 발효 기법을 연구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좁았다. 막걸리 인기가 시들해져 소규모 회사는 물론 큰 전통주 회사도 직원을 충원하지 않았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 저축해 우리 술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대전시의 중앙시장 청년몰 입주자 모집공고는 유일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13㎡짜리 작은 공간이지만 인테리어·리모델링을 해주고, 6개월 동안 임대료도 면제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지난해 소규모 주류제조면허 기준이 완화해 가게에서 막걸리를 빚게 된 터라 주저하지 않고 신청했다. 창업맨토링지원금으로 수육·잔치국수·김치전·두부김치 조리법을 배워 안주 고민도 해결했다.

카페 ‘아주작은’ 시장인 장민욱(26)·김희수(22)씨는 대학생 커플이다. 이들도 대전시의 청년정책에 힘입어 창업했다. 장씨는 “가게를 차리려면 최소 6천만~1억원이 필요한데 청년구단 입점에 필요한 의무 자기 자본은 750만원이다. 이마저도 커피추출기와 컵 등 기물 구입비를 자기 자본으로 인정해줘 부담이 없었다”고 전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월6일 대전형 청년정책 입안을 위한 청년과의 밤샘 토론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대전시 제공
권선택 대전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월6일 대전형 청년정책 입안을 위한 청년과의 밤샘 토론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대전시 제공
■ 정책으로 청년 취·창업 지원 대전시의 청년정책이 청년들에게 취업과 창업을 촉진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창업 정책은 지역 정서와 문화가 스며있는 점이 특징이다.

청년몰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려고 추진하는 청년창업 정책으로, 전북 전주 남부시장이 본보기이다. 청년이 재래시장에 진출해 관심을 끌었지만 쇠락한 시장의 빈 점포라는 한계가 있어 준비가 덜 된 이들은 폐업했고, 장사가 잘되는 곳은 임대료 갈등을 빚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중앙메가프라자 청년몰 ‘청년구단’은 이런 실패 원인을 보완하고 지역 특성을 살린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1970~80년대 비단 등 한복 원단을 취급하는 상인들이 집단을 이뤄 대전 중앙시장의 한 축을 차지했다. 대구에서 생산한 원단을 가져와 호남 쪽에 공급해 부를 쌓았으나 88고속도로가 개통돼 영·호남의 물류가 대전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하면서 쇠퇴했다.

청년구단은 방치돼 있던 건물 3층의 절반에 야구를 테마로 문화·쇼핑·놀이가 가능한 스포츠 퍼브로 리모델링했다. 지역 연고 프로야구구단인 한화이글스 홍보관을 중심으로 가게 20곳과 공동공간이 자리 잡았다. 현재 15곳이 입주했다. 실내 곳곳에서 야구 중계 방송을 볼 수 있다. 옥상에도 스크린을 설치한 대형 무대가 있어 수백명이 밥 먹고 술 마시며 야외 응원전을 펼칠 수 있다.

청년구단 15곳 업주들은 최근 협동조합을 꾸렸다. 지원에서 벗어나 스스로 대전중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이 되기 위해서다. 29일, 10월 13, 20, 27일에는 옥상 무대에서 이상호·안소미씨 등이 공연하는 개그콘서트를 한다. 승강기도, 주차장도 없는 원도심 시장에 있지만 야심만만한 청년구단을 시민에게 알리는 첫 이벤트다.

남완우 대전 중앙메가프라자 상인회장은 “젊은 친구들이 음식을 맛있게 잘한다. 침체해 있던 시장에 활력이 넘친다”고 반색했다. 남 회장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와 서비스가 부족하고, 음식 조리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 경험이 쌓이고 나이 든 손님들도 즐겨 찾는 메뉴를 개발한다면 중앙시장의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21일 대전대에서 열린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들과 대학생들이 취업과 창업에 성공하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전대 제공
지난 21일 대전대에서 열린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들과 대학생들이 취업과 창업에 성공하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전대 제공
■ 주거 안정에서 창업·창작까지 대전시는 올해 시정 목표 1순위를 청년정책으로 정했다. 5월에는 청년정책담당관을 신설했다. 첫 사업은 취업준비생·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시행한 주택임차보증금 대출 및 대출금 이자지원이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주거가 안정돼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의 대표 구직 정책은 청년 취업 희망카드이다. 18~34살의 구직 청년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월 30만원씩 6개월 동안 활동비를 지원한다. 취업하는데 필요한 교육비·교통비·밥값·교재구입비 등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조처다. 사용처를 확인하고 지급하는 후불 방식이어서 취업과 관련없는 유흥비 등으로는 사용할 수 없게 막았다.

취·창업 정보와 상담은 일자리 카페 ‘꿈터’의 몫이다.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 인사 담당자 초청 특강과 진로상담을 알선한다. 대전시는 지난 7월 충남대·한남대·우송대 인근 등 3곳에서 꿈터를 개소했는데 한달여 만에 정보 이용 건수가 1만1880건에 달하자 목원대와 한밭대 인근 등 2곳에 추가로 설치했다.

지난 21일 대전대에서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이 학교 학생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 토론자가 면접관의 질문 의도를 설명하자 학생들이 집중해 듣고 있다. 송인걸 기자
지난 21일 대전대에서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이 학교 학생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 토론자가 면접관의 질문 의도를 설명하자 학생들이 집중해 듣고 있다. 송인걸 기자
청년들이 공동체를 이뤄도 지원한다. 원도심에 청년 공간을 설치하면 임대료, 청년 커뮤니티를 만들면 활동비를 각각 지급한다. 정책 발굴과 개선을 위해 의견을 듣는 청년정책위원회도 꾸렸다.

한선희 대전시 과학경제국장은 “내년에는 대전형 청년정책을 강화할 참이다. 희망카드 대상을 6천명까지 늘리고, 청년활동의 터전이 될 청인지역(청년in지하철역·지하철 역사 내 유휴공간을 청년활동공간으로 활용)을 대전역 등 3곳에 설치한다. 또 지역 청년 예술단체와 예술인의 창작활동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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