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단 두스 단원들이 지난 15일 대전 산성동 뮤지컬카페 겸 소극장 ‘두 번째 스무살’ 무대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다. 송인걸 기자
“오디션을 시작합니다. 참가자를 심사해주세요.”
주방 앞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첫 번째 참가자가 등장하더니 스윙 풍 음악에 맞춰 ‘또가닥~ 따라락~ 또각각각각~’ 신나게 탭댄스를 춘다.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합격이다.
지난 15일 저녁 7시30분 대전 중구 산성동 카페 ‘두 번째 스무살’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공연장이 됐다. 탭댄스에 이어 난타팀이 등장했다. 북 치는 속도가 빨라지자 흰색 코트 자락이 꽃잎처럼 휘날린다. 열기가 감도는 무대에 ‘두 번째 스무살’ 박지현 대표가 올랐다. 뮤지컬 <올슉업>의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를 부르는 그의 눈빛은 사랑하는 이를 찾은 실비아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최정숙(39)씨는 “차 한잔하려고 들렀다가 난생처음 눈앞에서 뮤지컬을 봤다. 시간을 내어 노래를 배우고 싶다”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대전 산성동 뮤지컬카페 겸 소극장 ‘두 번째 스무살’에서 지난 15일 저녁 박지현 대표가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를 부르고 있다. 송인걸 기자
‘두 번째 스무살’(두스)은 뮤지컬단 두스의 뮤지컬카페 겸 소극장이다. 대전오월드에서 대둔산 가는 길가에 있는 이 카페는 한가운데 무대와 객석이 있고 종일 각종 공연 영상을 보여준다. 저녁에는 1~2차례 공연한다. 유명 연기자들이 찾기도 한다. 두스는 조인경 뮤지컬단장과 박지현 뮤지컬카페 대표가 이끌고 있다. 대전오월드 공연팀에 선정된 인연으로 대전에 자리잡았다. 두스의 뿌리는 김우재 대표가 이끄는 서울뮤지컬아트센터다. 김 대표는 한국 뮤지컬의 산실이 된 90년대 롯데월드 공연팀을 거쳐 뮤지컬 <가스펠>, <42nd Street>,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연출·안무를 했다. 지난해에는 <미라클 러브>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뮤지컬단 두스 단원들이 지난 15일 대전 산성동 뮤지컬카페 겸 소극장 ‘두 번째 스무살’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뮤지컬단 두스는 공연은 물론 사회적기업 ‘두스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산성동 강의실에서 연기·춤·발성·노래 등을 가르친다. 뮤지컬에 관심있는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서울뮤지컬아트센터의 이현옥 무대감독, 전승호 예술감독, 양경원 운영감독, 김준태 음악가, 김명복 디자이너, 조명상 작가 등이 운영진이다. 연기자 김진수·정찬우·김현진·최영민씨, 안무가 김홍식, 차정호 퍼포먼스 감독 등은 특강 강사진으로 참여한다.
단원은 20여명이다. 김도연(15)·강윤호(14)·조영수(15)·이동열(14)군은 박 대표가 2011년 수원에서 어린이문화예술단 꼴라쥬를 지도할 당시 수강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무대에 서면 공부 스트레스가 풀린다. 장기 자랑할 때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뮤지컬단 두스 단원들이 지난 15일 대전 산성동 카페 겸 소극장 ‘두 번째 스무살’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최고령 단원은 김진수(66)·정명숙(63) 부부다. 은퇴해 한밭울림예술단원으로 봉사하다 지난 6월 두스 단원이 됐다. 김씨는 “뮤지컬은 하고 싶어도 배울 기회가 흔치 않다. 대전에서, 그것도 대전 외곽인 산성동에서 뮤지컬을 배운다는 건 행운이다. 탭댄스를 배우는 게 재미있고 부부의 정도 두터워진다”고 말했다.
김우재 서울뮤지컬아트센터 대표는 “희로애락을 겪고 마음을 추스르는 게 인생이니 삶이 곧 뮤지컬이다. 누구나 뮤지컬 배우가 될 수 있다. 아카데미가 활성화돼 대전시민 300명이 한꺼번에 탭댄스를 추는 날을 소망한다”고 밝혔다. 두스는 26일까지 ‘다시 한 번 스무살로 돌아간다면?’을 주제로 뮤지컬 축제를 열고 있다. 겨울에는 ‘아름다운 청춘’ 페스티벌을 연다. (042)586-6127.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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