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 주민들이 지난 8월28일 한림읍사무소 앞에서 양돈농가가 양돈분뇨를 몰래 버리다 적발되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지역 일부 양돈농가가 양돈분뇨를 몰래 배출해 지역주민들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일부 지하수가 축산분뇨로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은 도내 농업용 지하수 관정 128곳을 대상으로 최근 지하수 수질조사를 벌인 결과 유해성분인 휘발성 물질이나 농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으나 서부지역 3개 관정과 남부지역 1개 관정의 질산성 질소 농도가 먹는 물 수질 기준(10㎎/ℓ)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먹는 물 기준치를 넘어선 관정은 양돈농장이 밀집한 제주시 한림읍 지역 2곳을 비롯해 한경면 1곳, 서귀포시 대포동 1곳 등 모두 4곳이다. 이들 가운데 3곳은 이번 수질조사에서 새롭게 추가한 관정이다. 수질조사 결과를 보면, 제주시 한림읍 지역 관정 한 곳에서는 질산성 질소 농도가 17.8㎎/ℓ로 나왔고, 같은 지역 또 다른 관정에서는 10.4㎎/ℓ였다. 또 한경지역은 11.2㎎/ℓ, 대포동은 12.8㎎/ℓ로 조사됐다.
보건환경연구원은 질산성 질소의 농도 증가는 비료나 축산분뇨, 하수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며, 10㎎/ℓ를 초과한 4개 관정 가운데 한림지역 1개 관정은 질소동위원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분뇨에 의한 오염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관정의 수질이 먹는 물 수질 기준치를 초과했지만 농업용수 기준치(20㎎/ℓ)를 초과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보건환경연구원은 그동안 도내 농업용 지하수 관정 108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으나, 최근 양돈장에서 분뇨를 숨골(지하수 이동통로)로 몰래 버리다 적발돼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중산간 액체비료 살포지, 축산농가 분포 등을 고려해 하류지역 20곳을 추가해 모두 128곳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주요 오염 지표인 질산성 질소 농도는 검출되지 않은 관정이 있는가 하면, 최대 17.8㎎/ℓ가 검출됐으며, 염소이온은 2~88.3㎎/ℓ(먹는 물 수질 기준 250㎎/ℓ)였다. 서부지역의 질산성 질소 농도는 4.1㎎/ℓ로 도내 평균인 2.5㎎/ℓ보다 훨씬 높았다.
보건환경연구원은 분뇨에 의한 오염으로 분석된 지하수 관정의 오염원을 추적하고 있고, 나머지는 3개 관정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상실 보건환경연구원장은 “농업용수 지하수 관정도 먹는 물 수질 기준에 맞출 수 있도록 오염원을 찾아내 질산성 질소 농도의 저감방안을 찾을 계획이다”며 “수질 측정망 운영을 강화해 수질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수질개선대책 수립을 위한 자료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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