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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담담] 열두 번째 ‘인문주간’을 맞이하며

등록 2017-10-25 16:26수정 2017-10-25 21:01

박학래
군산대 철학과 교수

완연해지는 가을 정취를 찾아 전국적으로 나들이객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전언이다. 만산홍엽의 장관이 펼쳐지고 따사로운 햇살마저 더해지며 지역마다 풍성한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가을의 풍요로움을 즐기는 것은 당연지사인 듯하다.

가을을 맞아 전국적으로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축제만 열리는 게 아니다. 정신적 풍요로움을 확인하고 나아가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계기가 될 ‘인문주간’ 행사도 어김없이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국 27곳 인문도시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인문학, 관용과 성찰의 지평을 열다’를 주제로 진행하는 열두 번째 ‘인문주간’ 행사는 배제와 차별이 일상화하는 우리 사회에 ‘관용’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또 자기로부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성찰’을 제안하고 있다. 올해 ‘인문주간’의 핵심은 치열해지는 경쟁시대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개인의 욕망이 스스로 그 정체를 바꾸어가며,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마저 경쟁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현 세태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엄중한 인문학적 경고와 함께, 문제 해결의 축을 타자가 아닌 자신에게서 찾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언제나 문제 해결의 열쇠는 행위의 주체로서 개인에게 주어져 있음을 상기할 때, 이번 ‘인문주간’의 키워드인 ‘성찰’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돌이켜보면, 인문학 내지 인문정신에 대한 위기의식이 제기됐을 때-물론 이러한 위기의식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지만-우리 사회는 지식정보화 사회에 부응하는 인문학, 내지 인문정신의 상품적 가치에 주의를 기울인 감이 없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그것의 현실적 가용성에 매달렸으며, 진정한 인간다움에 대한 숙고와 성찰보다는 인문학이 가져올 결과의 효용성에 먼저 눈을 돌린 측면이 다분하였다. 그래서 삶의 진지한 성찰을 통해 인간다움의 질적 고양을 추구하는 인문적 가치는 ‘그저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식의 외피 속에 숨은 상품마케팅에 종속되는 현상을 이끌었다는 비판을 이끌기도 하였다.

우리의 삶은 타자와의 만남에서 출발한다. 인문학이 인간의 관계성에 주목할 때 요청되는 것은, 자신의 내면적 성찰을 바탕으로 반성과 자각을 통해 타자와의 관계를 직시하고 윤리성을 회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해야 하는 관계성의 복원이 온전해지는 것이 인문학이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 중의 하나이다. 이런 점에서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 장현광의 다음 언급은 다시 한 번 음미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문이 밝아진 뒤에라야 친소가 구분되고, 상하가 밝아지며, 내외가 구별되고, 선후가 질서를 정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며, 남편은 남편답고 부인은 부인다우며, 어른은 어른답고 어린이는 어린이다우며, 선한 사람을 옳게 여기고 악한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인문으로부터 비롯된다. 천지에 참여해 도우며 천지를 편안하게 하고 만물을 길러주는 도가 여기, 곧 인문에 있는 것이다.”

올해 다시 펼쳐지는 인문주간 행사들을 통해 인간관계의 윤리성이 복원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호남지역에서도 다채롭게 열리는 인문주간 행사에 독자 제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호남에서 펼쳐지는 ‘인문주간’ 행사는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군산을 비롯해 익산, 목포, 여수 등지에서 해당 지역의 대학이 중심이 돼 인문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호남의 여러 프로그램은 보편적인 인문정신을 바탕으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과 성과를 반영한 결과들이어서 호남문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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