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동물원을 찾은 한 어린이가 호랑이를 바라보고 있다. 박수혁 기자
우리 사회의 인권과 복지 수준이 올라가면서, 동물권에 대한 인식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동물원의 존재 이유도 ‘유희’, ‘볼거리 제공’에서 ‘교육’, ‘종·서식지 보전’ 등으로 바뀌는 추세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국내 공영동물원의 동물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아쉬운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동물원의 살아남기’ 기획 시리즈를 취재한 박수혁·김영동·김일우·최우리·최예린 기자가 모여 8개월 동안 국외와 국내 동물원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을 털어놓았다. 독자와 함께 동물원의 존재 이유, 체험 동물원의 부정적 효과, 입장료 인상 문제 등 동물원의 미래에 대한 답을 함께 찾고자 한다.
일, 너구리 1마리 죽음도 중시
싱가포르, 인간 아닌 동물 중심적
관람 장소마저 동물을 우선 고려
그런데 우린 그들과 무척 대조적
죽은 동물 공개 요청엔 “언론이 왜?”
‘만지는 체험학습’ 동물 스트레스
현장 잘 아는 동물원 직원 힘없고
지자체장·담당 공무원은 무관심
■ 나와 동물원
최우리 동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만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번 기획취재진조차 동물과 동물원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랐다.
김일우 솔직히 말하면 동물을 식재료 또는 동물원 구성체처럼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재화 중 하나로만 봤다. 취재를 하면서 동물과 사람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봤다. 하지만 짧은 경험으로 동물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동물복지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대구)에 사는 점도 있다.
최예린 동물을 키워본 경험도 없고, 무서워했다. 이제는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김영동 먹고살기에 정신없는 ‘아재’라 동물에 관심이 없었다. 여전히 동물을 잘 모른다.
박수혁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원과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내가 있는 지역(강원 춘천)에서는 동물원에 가기 쉽지 않아 관심을 기울이기 힘들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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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존재 이유를 묻다
최우리 국내 동물원은 전국에 50여곳이 있고, 시와 도에서 운영하는 공영동물원은 13곳이다. 대부분 동물원 시설이 열악하다. 교육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 듯하다. 동물원이 이렇게나 많이 있어야 할까.
박수혁 현실적으로 동물원이 없어지면 동물이 갈 곳이 없지 않겠냐. 동물원 안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하면 된다.
김영동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백과사전을 보면서 동물 크기를 설명해봐야 직접 눈으로 안 보면 가늠하기 어렵다. 아직은 동물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우리 가상현실(VR)로 구현된 동물을 보면 된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동물원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사파리’ 형태로 운영하면 어떨까.
일동 동물원 존폐 논란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시설 개선이라도 해야 한다.
김영동 수도권은 모르겠지만, 비수도권 지역에선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동물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배려는 하겠지만, 결국엔 그저 동물일 뿐이라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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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취재 현장
김영동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동물원’에 갔을 때 무더위에 시달렸다. 그런데 코알라관에 코알라가 없었다. 실내방사장으로 옮긴 것이다. 이유를 몰랐는데, 대만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코알라가 땀샘이 없어 체온 조절을 입으로만 하는데, 날씨가 더우면 죽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부끄럽지만, 코알라가 땀샘이 없다는 사실을 나이 40살에 처음 알았다. 대만은 동물 교육이 그만큼 잘되고 있는 거다.
박수혁 싱가포르 동물원에서 동물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느꼈다. 관람객 시선을 피하는 은신처도 있었고, 관람 장소도 인간 중심적이지 않았다. 동물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동물에 대한 배려를 최대한 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김일우 스코틀랜드 지방 케언곰스 국립공원의 ‘하일랜드 와일드라이프 파크’가 기억에 남는다. 구릉처럼 낮은 초원에 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처음엔 동물을 찾기 힘들었다. 시간을 갖고 열심히 봐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최우리 그런 형태의 동물원이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너구리과 레서판다 죽음을 자세하게 글로 적어 게시하고 있다.
최예린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선 동물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특별하지도 않은 평범한 너구리과의 레서판다였는데, 손팻말로 레서판다의 죽음을 자세하게 게시했다. 죽음에 대한 태도는 삶에 대한 태도의 연장선이다. 너구리 한 마리가 죽은 거지만,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해 배려했다. 동물을 단순 관람 대상으로 여기지 않아 교육 효과도 있다고 본다.
또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동물의 야생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야생성을 살리려면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그런 동물의 모습을 사람이 몰래 보며 공감할 수 있게 동물원을 꾸몄다. 동물에 대한 철학도 남달라 보였다. 동물권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나름의 철학이 만들어지는 듯했다.
<한겨레> ‘동물원 살아남기’ 기획취재팀은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국내 공영동물원 10곳과 해외 동물원 10곳을 취재했다. 최우리 기자
■ 체험 동물원의 부정적 측면
최우리 한 지역의 공영동물원을 취재할 때 죽은 동물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는데, 언론이 왜 알아야 하느냐고 답했다.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선 최근 동물 만지기 체험학습이 유행이다. 아이들이 동물을 직접 만지면 더 많이 배운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일우 동물을 만진다고 해서 생명에 대한 인식이 성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영동 사람이 만지면 동물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교육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대만 타이베이동물원의 자이언트판다관엔 떠들지 말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있다. 초등학생들이 조용히 관람했고 밖으로 나간 뒤 뛰어다녔다. 동물에 대한 존중은 교육의 결과다.
최예린 동물의 감정을 모른 채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나왔다고 본다. 동물을 배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우리 한국에서도 배울 수 있는데, 누구도 이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박수혁 인간 중심적이다 보니 동물을 만지는 행위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동물원도 이런 걸 교육하는 곳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 입장료 문제
김일우 무료가 좋을 듯하다. 많은 사람이 동물을 직접 보면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지 않을까.
최예린·최우리 입장료를 올리는 게 나을 듯하다. 공영동물원이라고 공짜는 아니다. 값싸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입장료를 받아 시설에 투자하면 동물원 환경이 나아질 듯하다.
김영동 이건 가정인데, 전국의 동물원을 통폐합해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권역별 동물원을 만든 뒤 입장료를 낮추거나 무료로 하는 것이 어떨까.
최예린 국비 지원하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 동물원과의 소통
김일우 관료적인 느낌을 받았다.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육사와 수의사 등 직원은 동물원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만 동물원 관리 권한이 없다. 보통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담당 공무원이 동물원 관리를 결정한다. 이와 달리 프랑스 리옹동물원은 공영이지만, 동물원 직원들이 직접 관리한다.
최예린 동의한다. 동물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자기 보신에 급급한 것 같다.
김영동 동물원 직원들은 단체장 또는 담당 공무원의 허락(?)이 있어야 취재진에게 조금이나마 말을 해준다. 동물에 대한 인식도 낮다. 동물은 그냥 동물이라고 본다.
최우리 지역의 한 공영동물원에 취재하러 갔을 때 공교롭게 담당 공무원도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동물원 직원들이 공무원 의전한다고 다 몰려 있어 그날은 취재도 제대로 못 했다. 정작 단체장이나 공무원한테 동물원에 관해 물어보면, 제대로 모른다. 동물원에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협조도 힘들고, 취재도 어렵다.
최예린 동물원 전문가가 부족하다. 지역에는 더 없다.
김일우 공영동물원이다 보니 단체장 또는 담당 공무원이 동물원 관리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차라리 국영동물원을 만들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박수혁 각 지자체의 공영동물원을 살펴보면, 단체장 의지에 따라 동물원 수준 차이가 심했다. 동물원법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제도 정비가 중요하다고 본다. 동물원법 개선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루는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
정리 김영동 최우리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