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담담]
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바람에 넘실대는 황금빛 갈대, 갯벌과 철새. 가을 햇살을 맞으며 동천에서 순천만까지 걷다 보면 순천만 습지가 생명의 땅이자 순천시의 보물임을 실감하게 된다. 전남 순천시는 지난 20여년간 민간 협력을 통해 이 습지의 보전에 힘써왔다. 나아가 지난 9월 시 전역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MAB) 사무국에 제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생물권 보전지역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유네스코에서 선정한 지역으로 보전·발전·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완충·협력 구역으로 짜인다. 생물권 보전지역은 생태계 보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국내에선 이미 설악산, 제주도, 신안 다도해, 광릉숲, 고창 등 5곳이 지정됐다. 생태수도의 가치를 높이려는 순천시의 정책과 태도는 다른 자치단체들에 귀감이 될 만하다. 문제는 순천시가 봉화산 출렁다리와 순천만 국가정원 전망대 같은 무분별한 개발사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봄에도 도심의 허파 기능을 하는 봉화산에 민간투자로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유보한 적이 있다. 봉화산 출렁다리는 원도심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26억원을 들여 조곡동 철도관사와 금호타운 뒤편에 길이 184m, 높이 37m, 너비 1.5m 규모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순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부터 출렁다리 공사가 생태도시 정책에 역행하는 개발사업이고 환경 파괴와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해왔다. 봉화산 둘레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봉화산을 그대로 두어라. 출렁다리를 만들기보다는 교육·복지 확대, 농어촌 지원 확대에 예산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업 예정지인 조곡동 금호타운 주민의 70% 이상도 소음 발생과 생활 불편 등을 이유로 출렁다리 공사에 반대 의견을 분명하게 밝혔다. 환경단체 회원들은 지난 8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순천시에 ‘시정 정책토론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출렁다리 설치공사를 두고 정책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순천만 국가정원 전망대는 금융회사 등이 국가정원 안 수목원 전망대에 50억원을 들여 높이 50m로 만들려는 인위적 구조물이다. 이 사업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순천시와 금융회사 간 업무협약이 체결되면서 시작되었다. 순천 시민단체들은 2015년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반생태적 사업으로 규정하며 취소를 요구했지만, 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하고 있다. 현재 설치된 수목원 전망대에서도 습지센터와 국가정원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경관을 훼손하면서까지 국가정원에 어울리지 않는 랜드마크를 세우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습지센터 바로 앞에 들어선 거대한 구조물을 보는 방문자들은 어떤 마음을 가질까?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는 직선거리로 4㎞ 떨어져 있다. 순천만에 찾아오는 철새들이 동천 하구를 지나 원도심까지 올라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전망대는 철새를 위협하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봄 순천에 문을 연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가 이 전망대 설치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고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 줄 것을 기대한다. 최근 다른 지역 단체의 시민여론조사에서 “매년 관광객이 넘실대지만 물가상승, 교통혼잡, 생활 불편 등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치단체가 시민 행복을 위해 어떠한 행정을 해야 하는지 시사해 주고 있다. 순천시는 생태도시라는 지향을 소홀히 한 채 관광객 유치에만 열을 올려서는 안 된다. 무분별한 개발사업의 환상에서 벗어나 생태도시의 올바른 가치와 철학을 바로 세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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