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찰·감시 등 용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아이피(IP)카메라가 쉽게 해킹되면서 오히려 카메라를 설치한 개인의 사생활을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아이피카메라를 설치하려면 자체보안 기능이 뛰어난 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무작위 숫자로 비밀번호를 설정하라고 당부한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일 아이피카메라 2600여대를 해킹해 개인 사생활을 훔쳐보고 촬영한 혐의로 30명을 입건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일 500여곳에 설치된 아이피카메라 2600여대를 해킹해 개인 사생활을 몰래 엿보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아무개(29)·전아무개(36)씨 등 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아이피카메라는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조정하거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카메라를 가리킨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해킹한 아이피카메라의 설치장소는 가정집이 대부분이었으며, 나머지는 학원·독서실·식당·사무실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에게 노출된 것은 일상 생활 모습은 물론, 옷을 갈아입거나 성관계 장면도 있었다. 이들은 성관계 등 은밀한 장면이 많이 보이는 카메라의 경우 줌, 각도 조절 등 기능까지 작동시켜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피카메라는 스마트폰으로도 손쉽게 해킹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가 스마트폰으로 아이피카메라를 해킹해 취재진들을 촬영하고 있다.
경찰이 이들의 컴퓨터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이들은 인터넷 카페 등에서 아이피카메라 해킹 방법을 익힌 뒤, 인터넷에 이미 유출된 아이피카메라 제조업체별 아이피를 이용해 닥치는대로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개별 아이피카메라의 비밀번호를 맞춰 접속에 성공하면 해킹을 했는데, 해킹된 카메라는 대부분 0000, 1111, 1234 등 제조업체가 설정한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거나 아예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씨 등 일부는 해킹으로 확보한 사진과 동영상을 파일로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해킹해서 사생활을 엿봤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이들이 동영상 공유사이트 등 인터넷에 파일을 유포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이현순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해킹당한 피해자 모두에게 이 사실을 알려줄 방침인데, 통보받은 피해자들은 모두 황당해하며, 일부는 아이피카메라를 철거했다. 필요에 의해 아이피카메라를 설치하는 사람은 반드시 무작위 숫자로 비밀번호를 설정해 해킹을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도 같은 혐의로 임아무개(23)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전아무개(34)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최근 아이피카메라 해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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