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광주 도시철도 2호선과 시민 공론화

등록 2017-11-09 17:11

은우근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점을 찍어 선으로 연결하면 면이 된다. 광주광역시 도시철도 2호선 노선은 타원형 모양을 이룬다. 지하에 건설하기로 했고, 노선도 확정됐다. 벌써부터 주변의 상권과 주거지역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은 예민하다. 지역 건설회사들도 환영 일색이다. 길이 41.9㎞ 중 시청~광주역 1단계 구간에 대한 실시설계가 진행중이다. 이제 곧 2호선 건설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런데 광주시의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지난 9월부터 이달 말까지 ‘협치 테이블’로 열리는 ‘광주 혁신 시민대토론회’의 5개 의제 중 하나가 ‘도시철도 2호선과 대중교통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문제가 다시 의제로 올라온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이 재정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기본설계 기준 예상 사업비는 2조579억원이다. 2024년까지 국비 뿐 아니라 시비도 투입돼야 한다. 건설 이후 운영에서 예상되는 엄청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후보 시절 지하철 1호선의 운영비 지원 등으로 시 재정부담금이 하루 1억원이나 된다는 이유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을까?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이후 시의 재정부담이 하루 2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호선은 광주에서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커다란 짐을 지우게 될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도시철도 2호선은 인권지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건비와 고정비를 제외하고 광주광역시가 정책적인 사업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예산은 1년에 약 3천억원에 불과하다. 광주시는 앞으로 몇년동안 이 예산 중 상당부분을 지하철 건설비로 쏟아 부어야 한다. 더욱이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시설 건설비에도 돈이 들어가야 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토목건설비에 돈을 쓰면 시민복지 정책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다음 시장이 누가 되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복지정책을 현실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광주의 앞날에 두고두고 커다란 후유증을 남길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엔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절대 늦지 않았다.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도 30% 진행된 시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사회적 합의를 시도했고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찬성하는 쪽에선 공론화와 유사한 법적인 절차를 이미 거쳤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예비타당성 분석은 교통수요 등 결과 예측에서 오류도 적지 않았으며 몇 차례의 간담회는 매우 형식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용역이나 여론조사, 공청회 등이 실체적 타당성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책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속도를 냈을 때 어떤 결과가 있을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는 윤장현 시장이 이 문제를 시민 공론화를 통해 해법을 찾기를 제안한다. 공론조사는 인터넷 청원이나 일반 여론조사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 토론에 기초한 숙고된 의견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공론화위원회를 먼저 조직하고 이 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직접적인 집단적 이해관계자의 불개입, 둘째 정치적 고려 배제, 셋째 미래세대 참여 보장 등이 그것이다.

공론화 과정은 광주 도시문제, 광주의 미래에 대해 시민이 함께 해법을 숙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시민들은 5·18의 도시 광주에 어울리는 숙의 과정을 보여줄 것이며, 지역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할 것이다. 광주시가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건설 여부와 관련해 보였던 결단을 참고하길 간곡히 호소한다. 도시철도 2호선를 둘러싼 갈등이 있는 이 시기야 말로 윤장현 시장이 ‘시민시장’다운 면모를 보여줄 때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