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 마스의 애초 7017 설계안에는 핵심 시설인 서울역광장과 환승센터의 연결 계단이 계획돼 있었으나, 사적인 옛 서울역 때문에 설치되지 못했다.
주변 지역과의 보행 연결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서울로7017’이 애초엔 아주 다양한 보행 연결망을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7017과 주변 지역의 보행 연결망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내부 검토 중이다.
9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건축가 비니 마스의 원설계안을 보면, 애초 7017은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연결망을 갖추고 있었다.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 앞 광장과 환승센터는 물론이고, 남대문 방향의 한국일보 앞, 연세빌딩 앞에도 모두 경사계단이 설치될 계획이었다. 주변 건물과의 연결로도 옛 서울역 민자역사인 롯데마트, 퇴계로 입구의 서울스퀘어, 연세빌딩, 메트로타워 등에 계획돼 있었다. 현재는 대우재단, 호텔마누 등 2개 건물만 연결돼 있다.
먼저 1·4호선 지하철역이 있어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광장 쪽으로는 애초 2개의 경사계단이 설치될 예정이었다. 먼저 서울역 앞쪽으로는 둥근 계단 언덕을 만든 뒤 그 위에 경사계단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왜냐하면 이곳의 7017 높이가 지상에서 15m 이상이어서 그냥 경사계단을 설치하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역광장의 경사계단은 7017의 남쪽뿐 아니라 북쪽에도 설치될 계획이었다.
비니 마스의 애초 설계안에는 서울역광장, 환승센터, 남대문 쪽, 옛 서울역 민자역사(롯데마트) 등과의 다양한 연결로가 계획돼 있었다.
비니 마스의 애초 설계안에서 7017은 퇴계로 입구의 여러 건물들과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이 2개의 경사계단은 모두 무산됐다. 7017에서 옛 서울역과 광장으로 바로 접근하는 이 경사계단들은 역설적으로 옛 서울역 때문에 만들 수 없었다. 이 경사계단들이 사적 284호인 옛 서울역을 가릴 수 있다는 문화재위원회의 사전 검토 의견 때문이었다. 옛 서울역이 사적이지만, 불과 13년 전까지 철도역으로 사용됐고, 현재도 문화시설이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결정이었다.
애초 계획에는 하루 5만명 이상을 실어나르는 환승센터도 7017과 계단으로 바로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퇴계로 쪽에서 옛 서울역을 바라볼 때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역시 계단을 설치하지 못했다. 현재 환승센터에서 7017로 가려면 10개의 건널목이 있는 260m의 길을 건너 퇴계로 입구나 서울역광장까지 가야 한다. 만약 환승센터와 7017 사이에 경사계단이 설치됐다면 길을 건너는 불편 없이 계단을 통해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남대문 방향 한국일보 앞쪽으로도 경사계단이 계획됐지만, 역시 옛 서울역 경관과 비용 문제로 설치할 수 없었다. 7017에서 한국일보 앞쪽으로 경사계단을 설치하면 남대문과 서울역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또 길이 70~80m 정도의 새 육교를 놓는 데 드는 50억~100억원가량의 건설비도 부담이었다. 그런데 정작 옛 서울역과 남대문 사이의 가장 큰 시각적 장애물은 이들 계단이 아니라 7017 자체다.
현재의 7017은 만리동 쪽으로 다양한 연결로가 설치돼 있으나, 서울역과 퇴계로 쪽으로는 거의 연결로나 연결 계단이 없다.
서울스퀘어와 메트로타워, 연세빌딩, 롯데마트 등 주변 건물과의 연결로 건설은 소유자들과 협의가 잘 되지 않아 무산됐다. 연결로는 서울시가 건설하지만, 연결되는 건물 내부는 소유자가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수리 비용이 만만찮다. 연세빌딩은 건물 연결로가 무산되면서 건물 앞에 경사계단도 만들어지지 못했다. 옛 민자역사인 롯데마트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소유·관리자인 국토부나 한국철도공사와 협의가 잘 되지 않았다. 다만 7017 개통 뒤 서울스퀘어와 메트로타워와의 연결로는 다시 논의되고 있다.
서울시의 이수연 서울로운영단장은 “비니 마스의 원설계안의 장점이 많아 이를 되살리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7017과 이 지역을 활성화하려면 민자역 건설로 위축된 서울역의 성격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앙역으로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조감도·사진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