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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등록 2017-11-15 15:18수정 2017-11-15 20:33

이야기 담담

허영선
시인·제주4·3연구소장

갈라진 틈새의 외벽, 높은 담장을 따라갔다, 스산했다. 늦가을 이파리들이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딱딱한 콘크리트를 뚫고 나온 남도의 흙 속에 검은 배관들이 보였다. 문화재 발굴하듯 흙 알갱이들마저 소중하게 다루는 발굴요원들의 신성한 작업이 보였다. 긴장감이 떠나지 않는 5·18기념재단 관계자들의 얼굴도 보였다. 부담감에 포크레인 작동은 또 얼마나 조심스러운가. 며칠 전 찾았던 5·18 항쟁 암매장 추정지 발굴조사에 들어간 옛 광주교도소 현장에서였다.

37년 만의 발굴작업이었다. 5·18 당시 3공수여단과 계엄군 주둔지였던 옛 광주교도소에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유력한 증언에 기대 행하고 있다 했다. 27~28명이 이곳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습된 시신은 11구뿐이다. 허나 1단계 조사 후, 아직까진 그토록 찾는 유해는 발견되지 못했다. 5·18항쟁 당시 실종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과연 어디로 옮겨졌단 말인가.

그날 이후, 평생 5·18 진실을 추적하고 있는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동생 시신을 찾으러 천지를 다 돌아다니며 시체를 봤어요. 결국 찾았지만 못 찾았으면 우리도 실종자 가족이죠. 저 현장이 기재됐는데 안 팔 수가 없잖아요.”

혹여 뼛조각 하나라도 만져질까 5월의 주검들을 찾아 더듬는 흙의 손길들 위로 제주 4월의 주검들이 겹쳐졌다. 모두 삽시에 행방불명된 사람들. 내년 재개될 발굴작업을 앞두고 기초 조사를 하는 제주로서는 더욱 광주의 작업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내년 70년을 맞는 제주4?3. 제주는 2007년부터 2009년 제주국제공항 구덩이에서 수백여구의 4?3 당시 희생된 유해가 기적처럼 발굴됐다.

공항의 구덩이에서 겹겹 시산을 이뤘던 그 주검들을 잊을 수 없다. 차디찬 흙더미 속 주검들은 우리가 몰랐던 진실의 실증이었다. 직접 파서 보니, 사람들의 예측은 맞지 않았다. 그동안 수장됐다고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서귀포 지역에서 검속된 일부 주민들이 정뜨르비행장(제주국제공항의 옛 이름)에서 총살됐음을 주검들은 말하고 있었다. 제주국제공항 내 한 지점의 유해발굴을 통해 261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1949년 10월 2차 군법회의 사형수 249명보다 12구가 추가 발굴된 점에 대한 사실 규명도 그로 인한 과제였다. 결국 유해발굴은 아직도 불분명한 행방불명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규명을 재촉하고 있다.

5·18 암매장 추정지 발굴조사가 난관이 있다 해도 계속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나 그들을 찾아내려면 무엇보다 당시 진실의 기록물들이 세상 밖으로 꺼내져야 하고, 당사자 혹은 목격했던 누군가의 양심선언과 기억의 소환이 있어야 한다. 발굴작업은 보고서와 증언에 의존해 지점을 파야 하는 떨림을 안고 있다.

“자연이 아름답다고요? 정상적인 아름다움이란 내겐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아름다움이 뭔지도 몰랐어요. 아버지의 행방불명은 내 마음의 눈마저 바꿔 놓았어요.” 유전자 감식을 통해 공항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찾은 한 아들이 그랬다. “나 혼자 좋은 세상 살았어.” 62년 만에 남편의 시신을 찾은 여든아홉 아내가 그랬다. 행방불명자를 둔 유족들의 트라우마는 상상할 수 없다. 평생 삶의 기슭을 떠다닌다. 이 땅의 뒤틀린 과거사 속 암매장된 시신의 부재는 종결되지 않은 사건임을 의미한다.

37년 만의 5·18 유해발굴도 어려운데 70년 전의 4·3 유해발굴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5·18과 4·3은 꿈결에도 부모의 시신을 찾는 늙은 자식의 마음으로 찾고 있다. 유해발굴은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고, 절대 존중받아야 할 죽은 자의 존엄이며 인권이다. 그날 돌아와야 할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누구의 명령이었던가.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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