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여행을 온 렌터카 운전자 고아무개씨는 지난해 3월14일 자정께 혈중알코올농도 0.223%의 상태로 제주시 조천읍 조천~함덕 해안도로에서 운전하다 함덕포구 근처에서 굽은 도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중앙선을 넘어 수심 3m의 바다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고씨와 렌터카에 같이 타고 있던 김아무개씨와 박아무개씨 등 3명이 숨졌다.
이 도로는 굽은 도로여서 평소에도 이곳 지형을 잘 아는 운전자들도 조심하는 도로다. 그러나 이 해안도로에는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늘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다.
제주지방법원 민사2단독 윤현규 판사는 교통시설이 미흡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바다에 추락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도로 관리주체인 제주도에 일부 책임이 있다며 전국렌터카공제조합이 제주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제주도에 1억6140만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16일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어선들이 접안해 하역작업을 하는 물양장으로 사용하는 곳으로, 정자 아랫부분 턱의 높이가 13㎝, 추락지점 턱의 높이는 7㎝에 지나지 않았고, 인근의 가로등이 물양장 쪽을 비추지 않아 어두운 편이다.
더욱이 사고가 발생한 지점 인근에서 비슷한 사고가 두 차례나 더 있었다. 관리주체인 제주도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다가, 이 사고가 일어난 뒤에야 도로와 추락지점 사이에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과속방지턱 2곳, 도로표지병 120m, 시각 유도표시 3곳 등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고 지점이 바다에 접한 도로로서 오른쪽으로 굽어 있는데, 운전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직진할 경우 바다에 추락해 대형사고 발생이 예측되는 곳인데도 방호 울타리가 설치되지 않았고, 이미 사고 발생 이전에 같은 유형의 추락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해 추락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상해 이를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 판사는 “제주도가 관광객이 렌터카를 이용해 초행길을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관리주체기관이 안전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고, 사고 지점이 어두워 초행길인 운전자는 앞에 바다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사고 이후 가드레일을 설치하는 등 안전시설을 개선한 것에 비춰 운전자의 과실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이지만, 제주도의 잘못도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제주도의 책임 범위를 20%로 보았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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