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25일 개관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광주시 동구 옛 도심에 자리한 문화전당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이 추진되면서 이젠 도심 어디서나 무등산을 바라보는 기쁨을 누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에 25~29층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선다. 문화전당을 빙 둘러쌀 아파트 숲은 무등산 경관을 가리는 거대한 ‘성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광주시와 동구 쪽의 말을 종합하면, 광주의 구도심인 동구의 재개발 구역 15곳 중 9곳이 공사에 착공(4곳)했거나 사업시행 인가(5곳)를 받았다. 나머지는 조합설립 2곳, 도시계획 구역지정 1곳, 재개발 추진위원회 설립 2곳, 기본계획 수립 지역 1곳 등이다. 15곳 재개발 구역에 1만4650가구의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건너편 학4동엔 29층 규모로 19개동 2282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이 일대는 지난 1월 최고 높이 34층 높이로 지어진 학3동 무등산아이파크 단지(1410가구) 바로 옆이다. 증심사와 가까운 지원 2-1구역은 9개동 690가구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소태역 지원1구역도 26층짜리 772가구 아파트 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폐선 터에 조성된 푸른길 공원 주변, 계림동에도 25~34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재개발 사업 열기가 뜨거운 동구 학동·지원동·계림동 등은 오래되고 낡은 주택이 많은 곳이다. 자치단체 입장에선 개발이 더뎌 인구가 줄던 곳에 아파트 단지 조성이 도시재생의 현실적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무등산국립공원이 가까워 도시의 경관을 좌우하는 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막개발’ 논란이 일 수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당선 직후 낸 보고서를 통해 “도시의 역사나 맥락을 중시하는 주민주도형 주거환경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던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문화전당 주변 아파트 성벽은 무등산 조망권을 파괴한다. 이는 곧 문화전당 대부분의 건물을 지하에 앉혀 도심에서 무등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아시아문화전당과 ‘문화도시’ 조성의 기본 지향점이 소실된다는 의미다. 이효원 전남대 교수(건축학부)는 “지금도 광주의 도시 경관은 매우 열악하다. 구도심의 재생을 통해 이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었는데, 아파트 단지로 채워져 안타깝다”며 “시 차원에서 종합적인 계획 아래 충분히 검토한 뒤 개별 대지의 건축 행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 달에야 건축 높이를 제한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광주 가로(거리) 구역별 건축물 높이 제한 지정 용역’을 발주했다. 고도 제한 조례 등이 제정되기 전에 문화전당 주변엔 ‘아파트 성벽’이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봉기 시 도시재생국장은 “재개발 건축을 못하게 하면 구도심이 슬럼화할 수 있다”며 “도시계획위원회와 경관위원회, 건축위원회에서 아파트 층수 등을 보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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