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제주교육을 만들겠습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취임 전후부터 줄곧 이렇게 말해왔다.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ㅈ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교 3학년 실습생 이민호군이 사고로 중태에 빠지고 열흘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회복하지 못한 채 19일 숨졌다. 그 뒤 28일로 9일이 지났다. 정치권이 현장조사에 나서고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이상하리만치 이 사건에 침묵을 지켜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으로 구성된 제주지역 공동대책위는 물론 유족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교육감은 빈소 방문과 2차례 유감 표명을 하는 데 그쳤다. 이 교육감은 사고 발생 뒤인 지난 13일 교육청 기획조정회의에서 “현장실습 학생 사고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21일 제주도의회에서 “숨진 학생의 명복을 빈다. 남겨진 가족과 부모들에게도 깊은 위로와 뭐라 말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 교육감으로서 자괴감 역시 느낀다”고 한 게 전부다.
제주도교육청 차원의 현장실습 학생 사망에 대한 사과문 발표나 공식적인 언론 브리핑은 없었다. 이군이 다니던 학교는 지난 24일에야 학교 누리집에 추모란을 만들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군 사망사고로 고교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개선 여론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해온 이 교육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침묵을 지킬 줄은 몰랐다. 학교 교육의 일환인 현장실습에 대해 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다”며 교육청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판했다.
제주도의회에서는 책임 추궁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춘광 의원은 “법률상 명시된 초과근무 범위를 넘어선 것은 물론 이군이 다친 사실 등을 교육당국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대응이 소홀했다. 책임을 물어 해당 업체를 고발해야 한다”고 했다. 강성균 위원장은 “현장실습 장소별로 별도 안전 매뉴얼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인데도 사고 현장에 없었다. 현장실습제도에 대해 원점 재검토하고 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순관 도교육청 교육국장은 “이번 사고에 책임을 통감한다. 의회와 언론 등이 지적한 매뉴얼 개선 및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안전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29일 이군 사건과 관련해 티타임 형식으로 현장실습제도 개선과 관련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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