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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충돌 순간 뒤집힌 선체, 낮은 수온에 인명피해 커져

등록 2017-12-03 22:46수정 2017-12-04 11:28

‘쾅’ 충돌 순간 전복…대피할 시간조차 없어
선실있던 14명 중 11명 숨져…3명 구사일생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배 밖에 나와 바람 쏘이고 있었는데, 급유선이 다가온다 싶더니 ‘쾅’ 소리를 들을 겨를도 없이 물에 빠졌어요.” 두살 터울 형과 생애 두번째로 낚싯배에 올랐다가 변을 당할 뻔한 서아무개(34)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서씨는 3일 새벽 6시5분께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남쪽 2마일 해상에서 급유선과 부딪힌 ‘선창1호’에 올랐던 승객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서씨는 “배끼리 부딪힌 몇 초 뒤 바다에 빠졌다”고 말했다. 구명조끼를 입은 서씨는 근처에서 발견한 스티로폼을 움켜쥐고 ‘살려달라’고 소리친 덕에 사고 급유선 직원에 의해 구조됐다. 서씨는 “급유선에서 그물망을 내려보내 건져줘 겨우 살았다. 살아도 죄인인 것 같고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며 사망자 소식에 눈물을 비쳤다. 이날 서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선원 2명을 포함해 승선자 22명 가운데 13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컸다. 사고 직후 뒤집힌 배 안에 있던 14명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에어포켓에 있던 3명만 목숨을 건졌고 나머지 11명은 숨졌다. 바다로 튕겨나간 8명 가운데 4명은 급유선 선원들에 의해 구조됐지만, 2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2명은 실종됐다.

해경은 신고 뒤 33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지만, 물에 잠긴 낚싯배 안으로 들어가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는 특수구조대원들이 도착한 시각은 사고가 일어난 뒤 1시간 넘게 지난 아침 7시17분이었다.

해경 특수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지적도 있는 가운데, 배끼리 부딪힌 뒤 낚싯배가 순식간에 뒤집히면서 선체 안에 있던 승객들의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바닷물 온도는 13~15도로 낮아 저체온증과 심장마비가 사망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정용현 한국잠수산업연구원장은 “사고로 강한 충격을 받아 의식을 잃었을 수 있고, 다행히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낮은 수온에서 체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선박 이동 등의 항적을 관제하는 인천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없었는지 의문이 일었지만, 해경은 섬 사이는 관제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해경은 명진15호 선장과 낚싯배에서 구조된 부상자 등의 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두 배가 같은 방향으로 항해하다 부딪힌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의 진두선착장 주민들은 “급유선처럼 큰 배가 멀리 돌아가야 하는 항로(수심이 깊은 바닷길) 대신 수로(수심이 얕은 바닷길)를 가로질러 다녀 평소에도 낚싯배들이 위협을 느끼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인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쪽은 “급유선은 원래 정해진 항로가 없고, 브이티에스에 신고만 하면 다니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해경은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해 야간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날이 어두워진데다 물살마저 강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지점에서 36㎞ 떨어진 지점까지 8개 구역으로 나눠 함정 21척과 항공기 3대가 투입된 수색작업은 조명탄을 투하하면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인천/이정하 선담은 최민영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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