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열린 경기도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최성 고양시장과 지역의원 등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고양시 제공
지난해 10월 문을 연 경기도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가 수탁기관 대표의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1년 만에 계약이 중도 해지되는 파행을 빚었다. 그러나 고양시는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똑같은 조건으로 수탁기관을 재공모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고양시와 시민단체의 말을 종합하면, 고양시는 최근 민간 수탁기관 재공모를 심사해 6일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공동 수탁기관으로 파행 운영의 책임이 있는 사단법인 고양마을, 지역 활동가·주민들로 꾸려진 고양풀뿌리공동체, 명지대 등 3곳이 지원했고 새 운영자로 명지대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수탁기관의 계약기간은 내년 12월 말까지며 예산은 8억7천만원이다.
앞서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는 수탁기관 대표가 2016년치 민간위탁금의 집행잔액(약 8500만원 추정)을 반납하지 않아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뒤 지난 10월 계약이 해지됐다. 또 센터의 팀장 2명이 출범 뒤 잇따라 사임해 3~4개월짜리 단기계약직이 팀장 업무를 대신 맡는 등 파행을 겪어왔다.
지역에서 주민자치공동체 활동을 해온 단체들은 지금의 공모 조건으로는 외부의 규모있는 대학이나 기관, 단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해 지역·신생 단체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자치공동체지원센터는 사업의 성격상 지역을 잘 아는 지역단체가 맡는게 바람직하며, 서울과 경기, 인천, 대전, 대구, 수원, 김포, 전주 등 다른 지자체도 대부분 지역 제한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량평가(50점) 항목에서도 법인·단체의 등록 기간, 재무 상태(자산 금액), 최근 5년간 주민자치 학술연구·용역 실적 등은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악성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권명애 고양풀뿌리공동체 집행위원장은 “대학이나 외부의 큰 기관·단체와 지역단체는 정량평가에서 20점 이상 차이가 나므로 정성평가에서 뒤집을 수 없다. 공정성·개방성이란 미명 아래 지역단체에게 진입 장벽을 쌓고 외부기관에 센터를 사실상 헌납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도 “위 조건으로 공모하면 지역에서 활동 경험이나 네트워크 고리가 전혀 없는 외부의 큰 기관이 풀뿌리 자치와 공동체 지원을 맡게 돼 지역의 자치 공동체 활동은 뿌리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고양시 관계자는 “현 규정은 시의회가 민간 위탁의 동의 조건으로 정한 것으로 시가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지역제한, 정량점수 등 제기된 문제점을 분석해 내년 9~10월께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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