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유류유출사고가 난지 하루 뒤인 2007년 12월8일 오전 태안 앞바다 묘박지에서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원유를 쏟으며 우현으로 기울어져 있다. 송인걸 기자
삼성 크레인선이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를 들이받아 비롯된 서해안 유류유출사고 이후 충남 태안은 남성 전립선암과 여성 백혈병이 평균 발병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와 발병 원인을 밝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명숙 태안군보건의료원 팀장은 충남연구원이 4일 연 ‘서해안 유류유출사고 10년 앞으로 과제’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피해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팀장은 태안환경보건센터가 분석한 ‘태안지역 암 발생률 분석결과’를 통해 태안과 다른 지역의 인구 10만명당 표준화 발병률을 비교했다.
태안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은 1999~2003년 10.7명, 2004~2008년 12.1명이었으나 사고 뒤 2009~2013년은 30.7명으로 1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은 9.7명, 19.0명, 26.5명이었다. 또 태안 여성의 백혈병 발생률은 1999~2003년 5.1명, 2004~2008년 5.6명이었으나 2009~2013년에는 8.6명으로 54%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은 3.9명, 4.0명, 4.1명이었다. 박 팀장은 “원유 유출에 따른 건강영향 질환을 추적 조사하고 유전자 영향을 연구해 사고와 발병의 상관성을 규명하고 환경보건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장기 과제”라고 밝혔다.
서해안 유류유출사고가 난지 하루 뒤인 2007년 12월8일 오전, 충남 태안 주민들이 해변으로 몰려온 기름띠를 제거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류·유해물질연구실 임운혁 박사는 ‘해양오염 영향 조사’ 발표에서 “조하대(간조에도 물에 잠겨있는 부분) 부유식물은 사고 1년 뒤, 바다 아래에 사는 저서생물은 4년 뒤 각각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임 박사는 “유출 유류가 해안에 집중돼 다양한 조간대 저서생물이 피해를 입었다. 조간대는 만조 때에는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에는 공기에 드러나는 등 생물에 있어서는 혹독한 환경이다. 서식지 별로 회복하는데 차이는 있었으나 4년 뒤부터 회복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긴급해양오염영향조사의 법적 근거와 인프라 구축·사고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승일 충남유류피해대책위총연합회 사무처장은 “무한책임주의에 입각한 환경책임법(가칭)을 제정해 유류오염피해 배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은 “서해안 유류유출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가치와 교훈을 남겼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서해안 유류유출사고가 난지 하루 뒤인 2007년 12월8일 오전 허베이스피리트호에서 흘러나온 검은 원유가 바다를 덮은채 태안 해변으로 밀려들고 있다. 송인걸 기자
한편 지난달 30일 현재 충남도 서해안유류사고지원과가 집계한 유류피해 배·보상 상황은 민사재판 기준으로 충남 99.92%(7만1506건 가운데 7만1451건), 전국 99.88%(12만7319건 가운데 12만7166건)가 완료됐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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