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교하도서관 3층에 전시중인 김은숙 작가의 작품 <숲>. 1년간 304번 그린 그림을 덧칠해 작품이 완성됐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막 그리며 이야기합니다. 잘 살고 있냐고, 잘 살아 왔다고, 잘 살고 있다고…”
경기도 파주에 사는 중년 여성작가들인 김은숙(47), 엄순미(55), 장순일(56)씨는 자신들의 그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파주시 교하도서관 3층에서 3인 전시회 <잘 살고 있니!!>를 열고 있다. 아내와 엄마, 생활인으로 살면서 예술의 끈을 놓지 않은 여성 작가 3인전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광화랑 전시에 이어 두번째다.
세 작가는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라는 화두로 ‘나에서 우리로’ 생명 존중과 공감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3인전을 기획한 김은숙 작가는 “나와 너, 우리가 서로 공감해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이 전시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 건지, 나에게 혹은 상대에게 묻는 안부이자 따뜻한 격려”라고 말했다.
작업방식이나 관심분야가 각기 다른 세 작가는 민족미술인협회원으로 세월호와 일본군위안부 등을 다루는 단체전에 꾸준히 참여하며 우의를 다져왔다. 전시회를 함께 한 것은 2015년 초 일본군위안부 황금자 할머니의 1주기 때 호흡을 맞추면서부터다.
세월호 희생자 형제자매와 소품 나누기 활동을 해온 김 작가는 전시에서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면서 304번의 새로운 그림을 덧칠해 하나의 나무를 완성시킨 작품 ‘숲’을 선보였다. 올 3월부터 10개월간 매일 ‘바를 정(正)자’를 써가며 덧칠해 가려진 303개의 그림들은 사진으로 남겼다.
“세월호 미수습자를 생각하면서 추모와 울분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작업을 통해 저 자신도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겪었어요. 한 그루 한 그루에 집중하다가 구명조끼를 서로 묶은 친구들을 떠올리며 서로 엮어주면서 비, 바람, 눈, 자연이 어우러지는 숲으로 완성됐지요.”
어린이용 생태 그림책, 식물도감 등 20여 종을 펴낸 장순일 작가는 신고 버려진 양말이나 면 장갑 등 자투리 천을 이용해 물고기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바다 이미지의 천 위에 설치미술을 전시했다. “생태 세밀화를 하다보니 갑갑할 때가 많아 동네 엄마들과 바느질을 배우다가 그림으로 연결됐어요. 신다 버린 양말을 통해 발의 노고를 생각하고, 양말에 여러 사람들의 삶과 땀냄새가 묻어 있다는 점이 제겐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엄순미 작가는 청첩장을 만드는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다. 그는 찢어지거나 잉크가 묻어 검수과정에서 걸러진 불량 봉투에 색연필로 그린 그림 11점을 전시했다. 그는 작품에 대해 “모든 인간관계는 만남에서 이별까지 긴 연애이거나 짧은 연애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드러내놓기 어려운 내면의 아픔이나 상처를 어루만지는 소통의 시도”라고 말했다. 엄 작가는 20일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 ‘윤회의 강’이란 주제로 개인전시회도 연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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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순미 작가는 봉투에 색연필로 그린 작품 11점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