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차 경찰관 정연호 경사에게는 네 살 난 늦둥이 아들이 있었다. 그의 아내(36)는 집에서 남편이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못했다. 정 경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30살 남성을 막으려고 아파트 9층 외벽을 타다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그의 나이는 이제 마흔 살이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 21일 밤 9시20분께 범어지구대 소속 정 경사가 수성구 수성4가 아파트 9층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밤 8시11분께 ‘아들이 자살할 것 같다’는 노부부 신고를 받고 동료 경찰관 한아무개 경위와 함께 출동했다. 정 경사와 한 경위는 신고가 들어온 아파트에 10분 뒤 도착했다.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ㄱ(30)씨와 그의 부모를 거실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하며 진정시켰다.
그러던 중 ㄱ씨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정 경사가 뒤따라가 방문을 열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방 안에서 ㄱ씨가 창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정 경사는 다른 방 창문을 통해 ㄱ씨가 있는 방 창문으로 들어가려고 9층 아파트 외벽을 탔다. 그러다 정 경사는 발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정 경사는 경북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달 새벽 2시47분께 숨졌다.
빈소는 대구 수성구 수성요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정 경사의 아내와 아들, 어머니, 동료 경찰관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