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담담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르트르는 1965년 일본 강연에서 지식인이란 “자신과 무관한 일에 참견하는, 즉 보편적인 문제에 관여하는 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제크는 2013년 한국 강연에서 지식인과 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심리학자가 시위 군중의 요구를 완화할 지 알아내려 하고, 사회학자가 시위를 조금 더 쉽게 통제할지 연구한다면 지식인이 아니라 전문가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식인은 누군가 확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문제 자체에 대해, 그리고 그 문제의 접근법이 올바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존재다. 이것이 지배권력이 비아냥대는 것과 같은 ‘쓸데없는 참견’이 아닌, 지식인의 참여, 곧 앙가주망이다. 이 앙가주망이야말로 지식인이 져야 할 십자가이다. 동양고전에도 지식인의 책무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논어엔 ‘군자는 도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나온다. 군자 즉, 지식인과 지도자는 이가 아닌 의를 밝히는 자라는 의미다. 우리 역사에서도 많은 선비가 의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러한 참여를 통해 세상은 더 나은 곳으로 변한다. 호남은 전국 어느 곳보다 비판적인 지식인의 역할이 활발했다. 1978년 6월27일 전남대학교 교수 11명은 ‘우리의 교육지표’ 성명을 통해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송기숙 전남대 교수와 고 성내운 광주대 초대 총장(당시 연세대 교수)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고, 교수들은 전원 해직, 시위에 참여한 30여명의 학생도 제적·정학을 당했다. 1980년 5·18 당시 광주의 일부 기자들은 신군부의 언론 검열에 항의하여 붓을 던지고 대신 사표를 인쇄해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광주는 앙가주망의 정신을 추구하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의 제자들이 많은 도시였다. 지난해 촛불집회 때마다 한 작은 교회 목사가 금남로 무대 주변을 정리하며 봉사하는 것을 보았다. 넉 달 동안 한결같았다. 이런 실천이 광주를 광주답게 만든다. 하지만, 한편에선 87년 이후 제도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지역에서 토호권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토착 자본은 학연, 지연, 혈연을 동원해 지역 정치와 언론, 사법권력을 교묘하게 묶어 세운다. 때로는 일부 가짜 시민운동가들도 유착에 가세한다. 그들은 지역에서 임기제한 없는 ‘권력’을 누린다. 토호자본가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거나 자진해서 그들의 아바타 노릇을 하는 정치인들도 출현했다. 지역에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저런 관계가 얽혀있어서다. 비판이 사라지면 공공성이 강한 교육, 언론, 법조, 지방행정의 영역에서 토호자본가들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철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역의 대학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 대학엔 일방적인 평가 기준과 성과급으로 교수 연구자를 욕보이는 지배자들이 있을 뿐이다. 사립대학에서 조선대를 제외하고 대학 구성원들이 직선을 통해 총장을 임명하는 곳은 없다. 총장 직선제가 대학 민주화의 유일한 지표는 아니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가늠하는 척도다. 일부 지역언론 소유주들은 굴욕적인 저임금으로 언론 지식인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식인은 단지 특수한 분야(문제)의 해결사가 아니다. 무겁게 드리운 침묵의 카르텔을 깨트려야 한다. 지역 토호권력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쓸데 있는 참여’를 하고 그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앙가주망이 필요하다. 항의하고 연대하자. 자고로 호남 지식인에게 돈이 없지 ‘가오’가 없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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