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별세한 양성종 탐라연구회 전 사무국장이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의 아리랑문화센터에서 연구회가 발간한 <제주도> 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일본 도쿄에서 활발하게 제주도 연구를 진행해 온 탐라연구회 양성종(79·제주시 조천읍 출신) 전 사무국장이 지난해 12월29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양 전 국장의 별세로 33년 동안 이어져 온 탐라연구회도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탐라연구회는 지난 1985년 1월19일 일본 도쿄에서 제주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알리기 위해 제주 출신 재일동포들이 만든 단체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양 전 국장은 이 단체의 창립발기인 가운데 한명이다.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 모여 제주역사와 관련한 사료 강독을 했고, 이익우 선생을 초청해 제주의 역사서인 <탐라기년>과 한문 자료를 수업하는 등 일본에서 제주 연구의 터를 닦았다. 양 전 국장은 향토사학자 김태능의 <제주도 약사>와 시인 고은의 수필집 <제주도>를 번역해 회원들과 함께 읽으며 제주역사와 문화를 공부해왔다. 탐라연구회는 그동안 ‘탐라연구통신’과 <제주도>라는 책자를 발행하기도 했다.
제주4·3추도식을 일본에서 처음 거행한 이들도 탐라연구회 회원들이었다. 지난해 12월18일 <한겨레>와 만난 양 국장은 “4·3 당시 제주도에서 활동했던 김동일(작고)씨와 탐라연구회장을 지낸 김민주(작고)씨를 중심으로 4·3 37주년을 맞은 1985년 4월3일 조그마한 제사상을 차려놓고 희생자들을 추도했다. 당시 나를 포함해 4명이 참석했다. 김동일씨가 제물을 준비해 와 내가 살던 집 2층에서 제사를 했다. 3년 동안 위령제를 지냈고, 그 뒤 1988년 4·3 40주년 행사를 제주 출신 재일동포 등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었다”고 말했다. 탐라연구회는 애초 ’역사부’(담당 양성종)와 ’4·3부’(담당 김민주·고이삼) 등 2개의 부를 운영하다가 4·3 40주년 행사를 기점으로 4·3부를 ‘4·3을 생각하는 모임’으로 전환해 활동해왔다.
양 전 국장의 별세로 탐라연구회 창립발기인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 연구회의 명맥 유지가 어렵게 됐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제주 출신 재일동포들이 만든 탐라연구회의 성과가 컸다. 양 선생이 지난 4일 가족들과 제주 방문을 하기로 했으나, 갑작스럽게 별세했다는 비보를 듣고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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