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점씨가 지난 일곱달 동안 ’평화냥이 6남매‘와 지내며 찍었던 사진들. 금은점씨 페이스북 갈무리
“야옹.”
지난해 5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가 열리던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건너편 주차장. 집회에 나온 주민 금은점(41·성주읍)씨는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이틀 뒤에도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살펴봤지만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 뒤 금씨는 물건을 가지러 집회 무대 옆 천막 안에 들어갔다. 천막에 들어가자 안에서 놀던 새끼 고양이들이 그를 보고 후다닥 도망쳤다.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고양이들이었다. 제대로 먹지를 못했는지 다들 몸이 비쩍 말라 있었다. 금씨는 먹이와 물을 그릇에 담아 그 자리에 놔뒀다. 한참 뒤 가보니 그릇이 텅 비어있었다.
처음에는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새끼 고양이 여섯 마리가 먹이를 먹으러 왔다. 그러다 어느샌가 어미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금씨는 남은 새끼 고양이들을 ’평화냥이 6남매‘라고 부르며 키웠다. 그는 천막 안에 박스로 집을 지어줬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먹이와 물을 갖다 줬다. 멀리 사드 반대 집회에 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미리 먹이와 물을 갖다놨다. 새끼 길냥이(길고양이)들은 천막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살기 시작했다. 금씨는 그렇게 ’캣맘‘이 됐다.
처음에는 “먹이를 놔두면 길고양이들이 몰려든다”고 걱정하는 주민도 있었다.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주민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들은 점점 길냥이들을 좋아하게 됐다. 집회에 나온 주민들은 길냥이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함께 놀았다. 길냥이들은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하러 온 주민들과 그렇게 일곱달을 지냈다.
금은점씨가 지난 일곱달 동안 ’평화냥이 6남매‘와 지내며 찍었던 사진들. 금은점씨 페이스북 갈무리
평화냥이 6남매와의 이별은 갑자기 찾아왔다. 지난달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길냥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먹이와 물을 가져다 놔도 한참 뒤 가보면 그대로였다. 금씨는 보름 동안 매일 천막 주변을 서성이며 기다렸지만 길냥이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7일 천막 안에 있던 길냥이들의 박스 집을 치우고 먹이를 먹던 자리를 정리했다. 그의 휴대전화 안에는 그동안 평화냥이 6남매를 찍은 사진만 가득 남아있다.
금씨는 평화냥이 6남매의 이름을 지어주지는 못했다. 나중에 길냥이들과의 이별이 더 힘들 것 같아서. 옛날에 그는 갓 태어난 새끼 길냥이 한 마리를 집에 데려와 돌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새끼 길냥이는 4일 만에 죽었다. 그는 길냥이를 땅에 묻고 울었다. 아마 이름을 지어줬더라면 더 슬펐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요. 마당 있는 집에 사는 좋은 캣맘 만나 그곳에서 잘살고 있겠지 하구요. 죽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그동안 평화냥이들을 위해 마음 써 주신 촛불님(사드 반대 집회하는 성주 주민들)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금씨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화냥이 6남매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또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등한 생명체로 인간만이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함께 조화롭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라고도 썼다.
집냥이(집고양이)는 보통 15년을 살지만, 길냥이는 3년밖에 살지 못한다. 굶어 죽기도 하고, 병들어 죽기도 한다. 자동차에 치여 죽는 길냥이들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싫어서, 재미로 길냥이들을 죽인다. 그래서 길냥이는 평균적으로 집냥이 수명의 5분의 1밖에 살지 못한다. 그리고 대부분 이름이 없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