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담담
광주시 학교밖 청소년지원센터장 이틀째 눈이 온다. 올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다. 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데 오늘따라 사람들이 참 많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은 자기 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시에서는 버스를 늘리면 모두 편할 텐데, 왜 대중교통은 늘 불편할까. 결정권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 대개가 자기 차를 사용하니 도로 제설작업만 서두르는 것일까. 교통과 권력, 정치가 함께 사는 도구로 작동할 때와 소수의 편리를 위해 작동할 때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 시장, 구청장, 시의원들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해 생활하고 업무를 본다면 광주도 벌써 대중교통 천국이 되어있지 않을까. 사람은 생존과 편리를 위해 도구를 만들고 사용해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정신과 신체의 일부가 되어 사람의 힘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나는 평소에 사람에게 힘을 주는 모든 존재와 도구는 동시에 짐을 지워준다고 생각해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힘을 빌려올 때는 어떤 짐을 져야 하는지 꼭 생각해보는 편이다. 도구는 마음을 빼앗아간다. 의존하게 하거나 자유와 상상력을 그 안에 가둔다. 특히 국가가 그 도구를 제도화해서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때는 삶에 대한 침략과 폭력이 될 수 있다. 도구의 획일화는 삶의 획일화, 문화의 획일화를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도구나 프로그램, 시스템을 일반화하거나 제도화할 때는 반드시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공생을 위한 도구인가? 그렇지 않은가?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가치가 자라나게 될 것인가?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지를 가늠하기 위한 질문들이 필요하다. 가급적 제도화·일반화를 피하면 상책이지만, 어쩔 수 없을 땐 적어도 공생을 위한 도구를 찾아야 사회와 문명이 지속 가능해진다. 다른 나라들도 대개 그렇지만, 한국도 자동차라는 도구를 제도화해버렸다. 도시계획과 교통시스템이 자동차에 최적화돼 있다. 그 결과 공생과 지속가능성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선진국의 교통시스템은 자전거와 버스·트램·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걷기 좋은 도시가 퍼지고 있다. 단순히 대기 오염이나 환경오염, 에너지 부족 때문이 아니다. 교통의 도구는 삶의 속도와 가치체계, 도시의 그림과 문화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교라는 도구는 어떨까? 한국의 학교는 공생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가?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는 획일화된 학교가 제도화되었다. 최악의 제도화다. 획일화된 학교는 일본 제국주의와 군사독재가 만들어놓은 적폐인데 이른바 진보라고 부르는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조차 청산에 머뭇거렸다.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금 현재 한국에서 교육은 국가의 의무가 아니라 국가의 권리가 되어있고, 시민의 교육권이 아니라 취학의 의무가 되어있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에서는 교육이 시민의 권리이고, 국가는 시민의 배움을 지원할 의무만을 수행한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하거나 직접 만들 수 있고, 국가는 시민이 만든 학교의 운영비를 공립학교의 75% 수준에서 지원한다. 제도화를 선택하면서 생긴 부정적인 면을 시민들에게 권한을 넘기면서 극복한 것이다. 2018년은 지역의 권력을 다시 구성하는 시간이다. 제도화된 많은 도구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며, 새로운 도구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시민 개인과 단체들, 그리고 후보와 정당들이 각각의 성찰과 대안을 내놓고 토론의 장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영화 ‘1987’이 우리에게 준 메시지는 더 나은 가치를 위해 바리케이드를 과감하게 뛰어넘으라는 것이다. 선을 넘어 상상하고 행동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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