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31일 매봉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연구환경 등을 훼손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정문에서 본관을 잇는 진입로 오른쪽 공원에 아파트 등이 지어진 예상도를 제시하며 대전시에 사업 보류를 촉구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대전 유성구 일대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매봉산 매봉근린공원이 아파트 단지를 짓는 내용을 뼈대로 한 민간특례사업 대상에 올랐다. 대전에서 민간특례사업이 본격화한 것은 도솔산 월평공원에 이어 두 번째다.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연대해 ‘연구환경이 크게 나빠진다’며 매봉근린공원 개발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14곳은 31일 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 기자실에서 ‘매봉공원 도시공원위원회 부결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대전시는 매봉근린공원의 사유지를 사들여 대덕특구의 연구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봉근린공원 개발에 반대하는 연구기관은 전자통신연을 비롯해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이다.
매봉파크피에프브이㈜가 대전시에 낸 매봉근린공원 개발 계획은 공원 전체 35만4906㎡ 가운데 7만4767㎡를 비공원시설(아파트 단지 등)로 개발하는 것이다. 최고 12층 높이의 24개 동(450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것이 뼈대다.
이들 연구기관은 성명서에서 “매봉근린공원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녹지공간이 크게 훼손되고 교통량이 급증해 연구환경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며 “대전시는 다음 달 2일 매봉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심의하려고 열 예정인 도시공원위원회를 보류하고 여론을 수렴해 공익과 사익의 절충점을 찾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기관들은 지난해 9월 매봉근린공원 개발 사업 관련 공고 등이 나온 뒤 대전시에 △연구기관과 소통 부족 △공공의 이익에 맞지 않는 개발 △환경 영향평가 등이 미비한 점을 들어 도시공원위원회를 연기하거나 민간특례사업을 부결해야 한다는 의견서와 반대 서명부 등을 제출했으나 제대로 된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 아파트가 연구소와 최단 50m 거리에 들어선다”며 “대전시는 매봉근린공원이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2020년 도시공원 지정 해제를 앞둔 공원일몰제 대상이어서 막개발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공원 안 훼손 지역의 개발을 허용해 나머지 녹지를 보존하는 민간특례사업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만 고수하며 연구기관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성대 전자통신연 경영부문장은 “연구기관과 연구원이 반대하는 매봉공원 개발 계획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대전시는 매봉공원 사유지 매입비가 300여억원 수준이고 시 예산도 충분하지만 다른 공원과의 형평성 문제로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며 “대덕연구개발특구는 국책연구기관들이 집중된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자 국가보안시설이라는 특성이 있는 만큼 대전시가 공원의 사유지를 사들여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지난해 12월21일 연 도시공원위원회 1차 심의에서 전문가들이 보완 의견을 내고 재심의를 결정해 2차 심의를 하는 것이며, 허용하는 아파트 용적률도 200% 미만인데 이곳은 평균 72% 수준이고 특히 전자통신연 인근 공원 지역은 저층으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대전시 환경녹지국 관계자는 “시가 매입해 환경을 보존하라는 요구는 알고 있으나 이곳의 98.8%가 사유지이다. 대부분이 대덕연구개발특구 육성 특별법의 녹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개발 행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도시공원위원회의 당연직 공무원 위원을 배제하는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했지만 검토 기간을 거쳐 공포돼야 효력이 발생하므로 이번 도시공원위에는 당연직 공무원 위원들이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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