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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분담해 함께 살았으면…” 군산GM 직원, 점심 거른채 담배만

등록 2018-02-20 14:13수정 2018-02-21 00:50

[르포] 한국지엠 공장폐쇄 결정난 군산
지역주민들, 지엠과 정부에 배신감 느껴
“지자체 차원서 차 사기 운동도 했더니…”
군산 인구 5~6분의 1이 폐쇄로 영향 커
“조선소·자동차 문닫은 군산, 미래 없다”
20일 오전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이 통제돼 있다.
20일 오전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이 통제돼 있다.
“요즘 하루에 한끼만 먹는 것 같아요. 방학이라 집에 있는 초등학생 아이들 보기가 미안할 뿐입니다.”

20일 오전 9시15분께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지엠(GM) 군산공장 정문은 차량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이 공장 생산직 직원인 40대 초반의 김아무개씨가 정문 주변 쪽문 옆에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김씨는 “너무 답답해 회사 간부한테서 돌아가는 소식 좀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간부의 대답을 듣기 위해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20일 오전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 옆 주차장에서 직원 김아무개씨가 답답한 마음에 담배만 피우고 있다.
20일 오전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 옆 주차장에서 직원 김아무개씨가 답답한 마음에 담배만 피우고 있다.
김씨는 요즘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회사가 3월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했다. 10년차인 김씨는 이때까지 퇴직을 신청하면 위로금을 1억원 가량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임금 기준 2년6개월~3년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자영업을 꾸릴 밑돈으로는 부족하다. 김씨는 집을 마련하느라 진 은행 빚을 갚으면 빈털터리가 된다고 걱정했다. 그는 요즘같은 불경기에 공장이 문 닫으면 무엇을 할지 막막할 뿐이다.

김씨는 친한 공장 동료들과 전날인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약 7시간 동안 근처 공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점심밥도 거른 채 캔커피 3개를 마시며 담배만 피웠다고 했다. 머리를 맞대 궁리를 해봐도 뾰족한 답이 없는 상황이라 일부 동료들은 임금 삭감을 해서라도 공장을 재가동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엠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만 살리고 군산공장을 버린다고 하는데, 고통을 분담해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기사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20일 오전 한국지엠 군산공장 동문 앞에서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먹튀자본 지엠을 규탄했다. 사진 윗쪽의 회사 안에는 ‘우리는 가장 가치있는 자동차회사를 만들어 나갑니다’라는 말이 내걸려 있어 노조에서 든 펼침막과 대조를 보였다.
20일 오전 한국지엠 군산공장 동문 앞에서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먹튀자본 지엠을 규탄했다. 사진 윗쪽의 회사 안에는 ‘우리는 가장 가치있는 자동차회사를 만들어 나갑니다’라는 말이 내걸려 있어 노조에서 든 펼침막과 대조를 보였다.
이날 정문 근처에서 만난 김아무개(54)씨는 차량 후미등 자재를 비롯해 여러 부품을 군산공장에 공급하는 협력업체에 다닌다. 한참 일할 때는 김씨 회사 동료 150명 가량이 군산공장에 파견돼 상주했다. 지난해말 준중형차 크루즈와 다목적차량 올란도의 부품 납품이 끊겼다. 군산 공장 폐쇄결정 직전에는 10여명이 있었지만 이제 그만뒀다. 김씨는 “남은 자재를 파악해 군산공장에서 빼야해서 나왔는데, 퇴직하면 갈 곳이 없다”고 걱정했다. 직격탄을 맞은 김씨의 직장같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협력업체가 130곳이 넘는다.

군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관련 근무자가 약 1만3천명인데 이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5만명이 군산공장 폐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있다. 이는 군산 전체 인구(1월말 기준 27만4788명)의 5~6분의 1 규모로 공장 폐쇄 파장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지엠 군산공장까지 폐쇄되면 노동자와 가족 등 7만명이 생계 위협을 받을 것으로 전북도는 분석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보다 지엠 군산공장의 폐쇄가 군산경제에 훨씬 타격을 준다.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가운데 60% 가량이 울산 등에서 왔다가 군산조선가 문을 닫은 뒤 되돌아갔다. 하지만 지엠 군산공장 직원은 대우자동차 때인 1996년부터 20년 넘게 뿌리내린 군산 토박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군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절망과 불안을 토로했다. 한 편의점 주인은 “군산은 한집 건너 한집이 다 지엠 군산공장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남일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한 협력업체 직원도 “조선소와 자동차가 문닫은 군산에선 먹고 살게 없다. 여기선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말그대로 패닉에 빠진 군산 사람들은 지엠 본사에 배신감을 토로했다 퇴직을 4년 앞둔 군산공장 노동자 이아무개씨는 “군산공장 재가동은 어려울 것이다. 회사가 군산공장을 살리려 했다면 신규 차종을 군산에 도입했어야 하는데 이미 폐쇄결정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지엠 군산공장 동문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지엠은 경영자료를 공개하고 강탈해간 돈을 토해내라”고 촉구했다.

한준수 군산시 부시장은 “지엠이 형편이 어렵다고 할 때 지역에서 여러차례 지엠차 사주기 운동을 벌였는데, 결국 지엠이 군산 사람 등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 지자체 청사 1층 로비에 특정회사 차량을 진열해 놓는 사례가 어디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군산시청 1층에는 군산공장에서 만든 크루즈 차량 1대가 진열돼 있었다.

문용묵 군산시 지역경제과장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군산공장 폐쇄 대책을 주문했지만, 중앙부처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대안을 낼지 모르겠다. 정부가 군산공장의 가동을 전제로 지엠과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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