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씨가 투병 중에 짬을 내어 27일 충남대에 전 재산 11억원을 기부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충남대 제공
“태어난 게 비극이에요. 못 배운 한을 풀고 싶어서 가진 걸 학교에 기부합니다.”
이영숙(68)씨는 27일 평생 모은 재산 11억원을 충남대에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이씨는 이날 오후 충남대 총장실에서 열린 발전기금 전달식에 참석해 대전 동구의 건물 2채(5억원 상당)와 6억원 상당의 예금·적금·보험증권 등을 오덕성 총장에게 전했다. 병이 깊어 거동이 불편하고 몸은 바싹 말랐지만, 전달식을 마친 그의 얼굴은 밝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그가 기부한 재산은 대전 동구의 건물 2채(5억원 상당)와 6억원 상당의 예금·적금·보험증권 등이다. 모진 삶을 이기는 생명줄이기도 한 재산을 내놓은 것은 이 금품이 충남대 학생들에게 전해져 이름이나마 기억되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 담겨 있다.
“내 어머니는 나를 낳고 출산 후유증으로 돌아가셨어요. 난 이복형제들 사이에서 구박 덩어리였어요.” 그는 집을 나와 17살에 식모살이를 시작했단다. 결혼해 남매를 두었으나 꿈꾸던 행복은 누리지 못하고 이혼한 뒤 분식집 등을 전전하며 편치 않은 삶을 이어왔다. 착하고 성실한 천성 탓에 재산을 모았지만 이미 몸은 성한 데 없는 병마투성이가 됐다.
“기구하게 살았어요. 배움에 대한 갈망도 많았지만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었어요. 충남대가 지역에서 제일 큰 대학이니 전 재산을 맡겨도 좋을 것 같았어요.” 그는 이달 초 건물 2채의 소유권 등기를 충남대로 이전한 데 이어 증권·보험 등도 해지하는 대로 기부할 계획이다.
충남대는 그의 뜻을 따라 ‘이영숙 장학기금’을 만들어 학생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또 투병 중인 그의 병원비는 물론 사후 절차까지 돌볼 예정이다. 오덕성 총장은 “이영숙 여사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여사님의 기부 정신을 후세에 알려 두고두고 기억되도록 하겠다”며 위로와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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