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1일 새벽 완도 청산도 앞바다에서 전복된 근룡호 주변에서 수색·구조활동을 펴고 있다. 완도해양경찰서 제공
전남 완도 해상에서 뒤집힌 어선 근룡호는 기상이 나빠져 피항하던 중 조난신고조차 보내지 못한 채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완도해양경찰서는 1일 “전복된 어선 근룡호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자 조업을 중단하고 대피하다 전복사고를 당했다. 7.7노트의 속도로 항해를 하다 갑작스럽게 항적이 사라진 것으로 미뤄 조난신호 버튼을 누를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근룡호는 28일 오후 1시16분 완도해상교통관제센터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서 항적신호가 사라졌다. 이후 3시간12분 뒤인 오후 4시28분 주변을 지나던 유조선에 의해 뒤집힌 상태로 발견됐다. 관제센터는 해양수산부의 '선박교통관제의 시행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길이 45m 이상인 선박만 관제 대상이어서 길이 14.5m인 이 선박이 모니터 화면에서 사라지는 것을 사고 순간 알아채지 못했다.
완도 선적 7.93t급 연안통발어선 근룡호의 사고 이전 모습 완도해양경찰서 제공
해경은 “사고 당일 정오 남해서부 서쪽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됐고 초속 10.7~15.1m의 강풍이 불었다. 파도가 3m까지 높아지자 선장은 낮 12시56분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청산도항으로 피항하겠다’고 알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선체가 발견된 지점도 완도 여서도에서 청산도로 들어가는 방향이었다.
이에 따라 해경은 바다 기상이 나빠지자 선원들이 피항하는 과정에서 높은 파도에 휩쓸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순식간에 배가 기울면서 선원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고, 조타실에서도 구조 신고를 보내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암 완도해경서장은 “선박에는 비상전화를 쓰거나 비상버튼을 누르는 등 조난신호를 보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근룡호는 어떤 수단으로도 조난신호를 발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근룡호는 애초 2월27일 오전 9시5분 완도항을 출항해 오는 10일 조업을 마치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완도 선적 7.93t급 연안통발어선인 근룡호는 출항 하루 만에 완도군 청산도 남동쪽 6㎞ 해상에서 발견됐다. 인근을 지나던 유조선이 뒤집힌 채 밑바닥만 드러난 선체를 발견해 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신고하면서 수색이 시작됐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이날 오후 5시47분 250t급 경비함을 현장에 도착시켰다. 해경은 6차례 선내 수색을 시도해 1일 새벽 2시44분 배밑바닥에 올라가 선체를 두들겼지만 생존자의 기척을 듣지 못했다.
해경은 이어 1일 오전 7시32~49분 조타실 안으로 진입해 선장 진아무개(56·창원 거주)씨와 다르소노(26·인도네시아인) 등 2명의 주검을 수습했다.
해경은 이날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해 경비함과 군함·어선 등 선박 32척과 항공기 6대를 동원해 사고해역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하지만 선체가 뒤집힌 채 15㎞를 표류한 데다, 선내에 그물이 많고 소용돌이가 일어 내부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기상이 호전되지 않아 진입이 어려우면 선체를 여수 거문도 안전해역으로 예인해 수색할 예정이다. 해경은 수온이 12도 안팎이어서 선원들이 표류했을 경우 3~6시간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전남 완도군 청산도 앞바다에서 선원 7명을 태운 채 뒤집힌 어선 근룡호 완도해양경찰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