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부산기장해양정수센터 정문. 해수담수화 시설 가동중단으로 문이 닫혀 있다.
지난 20일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부산기장해양정수센터 앞. 바닷물을 담수화(바닷물에 있는 소금을 빼 민물로 만듦)해 하루 4만5000t의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센터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경비실에 직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동 중단된 정수센터의 해수담수시설은 을씨년스러웠다.
정수센터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원아무개(47)씨는 “1월 초 두산중공업 직원이 철수한 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이 최소한의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 출입이 거의 없어 시설이 텅 빈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아무개(52)씨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갔지만, 쓸모없는 고철덩이가 됐다”며 혀를 찼다.
부산시는 2008년 정부로부터 해수담수화사업을 유치했다. 시는 2009년 국토부와 건설 협약을 맺은 뒤 2013년 두산중공업 등과 소유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1954억원(국비 823억원, 시비 425억원, 두산중공업 706억원)을 투입해 고리 핵발전소에서 11㎞가량 떨어진 곳에서 10~15m 깊이 바닷물을 빨아들여 해조류와 염분을 걸러낸 역삼투막식 해수담수화시설을 2014년 12월 완공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014년 12월부터 기장군 기장·장안읍 등 3만여 가구에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하루 2만5000t씩 공급하려 했다. 주민이 반발했다. 고리 핵발전소 배출구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우려 때문이다. 고리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정수 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 반대는 거세졌다.
시는 8개 전문기관에 맡겨 여러 차례 수질검사를 해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 등은 방사성 물질을 완전히 걸러낼 수 없으며 내부피폭 등을 내세워 반박했다. 반대 주민이 주민투표를 요구했지만, 시는 국가사무라는 이유로 주민투표를 거부했다.
환경단체 등은 2016년 3월 기장해수담수 수돗물 공급 찬반투표를 벌였고, 대상 주민 5만9931명 가운데 투표 참가자 1만6014명의 89.3%(1만4308명)가 반대했다. 반대 주민이 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해수담수 수돗물은 주민투표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결국 시는 2016년 12월 희망하는 주민한테만 해수담수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신청한 마을은 없었다. 이후 시와 국토부가 시설 운영·소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자, 시설 관리를 맡은 두산중공업이 1월 ‘운영비 부담’을 이유로 인력을 철수했다. 현재 이 시설은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는 충분한 설명과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주민이 반대에 나선 뒤에도 정보공개 등 일 처리를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았고, 책임지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시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장해수담수 반대 부산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비용책임 문제로 부산시와 국토부, 두산중공업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주민을 배제하는 어떤 사업도 추진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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