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25일 ㄴ씨가 숨진 일본 오사카의 호텔 객실. 세종경찰서 제공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해 괴롭다’며 신혼여행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린 신부. 그리고 1억원대의 보험을 찾으려는 젊은 남편.
2017년 4월25일 새벽 일본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던 ㄴ씨 변사사건은 1년 만에 남편이 구속되는 살인사건으로 바뀌었다.
세종경찰서는 28일 ㄴ(당시 19)씨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ㄱ(22)씨를 구속했다. ㄱ씨와 ㄴ씨는 3년여 교제 끝에 지난해 4월14일 혼인신고를 하고 열흘 뒤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25일 새벽 ㄱ씨는 “아내가 화장실에서 중독성 약물로 자살했다”고 일본 경찰에 신고했다. 일본 경찰은 지난달 ‘중독성 약물 과다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부검소견서를 한국 경찰에 보내왔다.
그러나 한국 경찰은 지난해 5월부터 ㄱ씨를 내사했다. 귀국한 ㄱ씨가 보험사에 ㄴ씨 보험금 1억5천만원을 달라고 청구한 점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충남경찰청은 “19살 신부와 22살 신랑의 결혼은 열렬한 사랑 때문이라고 이해해도 신혼여행 첫날에 아내는 자살하고, 남편은 보험금을 챙긴다는 건 ‘냄새’가 났다. 보험 가입시기도 혼인신고 즈음이었다”고 전했다.
신혼여행 첫날 아내를 약물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ㄱ씨의 일기장. 세종경찰서 제공
경찰은 압수한 ㄱ씨 일기장을 분석해 결혼 1년여전 ‘죽이고 싶다’는 글귀 등을 찾아냈다. 경찰은 ㄱ씨가 범행 계획을 세우고 혼인신고, 보험가입, 신혼여행을 실행에 옮겼다고 보고 있다. 또 ㄱ씨 휴대전화 기록을 복원해 2016년 12월 또다른 여성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사실도 밝혀냈다. ㄱ씨는 “미워하기도 했으나 마음이 바뀌어 좋아하게 됐다. 자살을 도왔을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미수 사건도 일본 오사카에서 같은 약물을 사용했다. 약물은 ㄱ씨가 살인미수 사건 직전 피해자에게 부탁해 해외사이트에서 구입한 것이다. 여죄를 캐고 있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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