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의 생전 모습. 수원시민사회장례위원회 제공
지난달 30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90) 할머니의 발인식이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뒤, 안 할머니가 수원 승화원 추모의 집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불교식 발인제는 가족과 친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진행됐다.
안 할머니는 1928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나 1941년 중국으로 끌려가 1945년까지 위안부 피해를 봤다. 이후 1946년 귀국한 안 할머니는 강원도와 대구 등에서 살다가 58살이던 1986년부터 수원에서 거주해왔다. 1993년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안 할머니는 2002년부터 본격적인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피해를 증언해왔다.
수원시는 할머니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주고자 할머니의 삶을 다룬 헌정 영상 ‘안점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제작해 지난 8일 공개하기도 했다. 안 할머니는 당시 영상에서 “억만금을 우리한테 준들 내 청춘이 돌아오지 않는데, 가해자(일본 정부)는 자신의 죄를 모른 채 당당하고, 피해자인 우리는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일본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안 할머니 별세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9명으로 줄었다. 올해만 안 할머니를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앞서 30~31일 안 할머니 빈소가 마련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는 하늘로 떠난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각계 인사와 시민, 학생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빈소를 찾은 한 시민은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세상과 싸우던 할머니가 벌써 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빈소 벽 한쪽은 소녀상을 쓰다듬으며 연설하는 모습과 프로야구 시구를 준비하고 아이들의 손을 맞잡은 사진 등 안 할머니의 생전 활동 모습이 빼곡히 담겼다. 사진 옆에는 조문객들의 추모 메모가 나붙었다. 조문객들은 ‘할머니와의 추억을 기억하겠다’, ‘할머니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염태영 수원시장, 양기대·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등과 표창원·백혜련·김영진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길원옥 할머니도 빈소를 찾아 안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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