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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일제강점기 흔적 남아있는 부산 매축지 마을

등록 2018-04-10 15:50

일본군대가 사용한 마구간과 보관창고 남아있어…부산 강제동원 현장
시민단체, 내달 1일 일본총영사관 앞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계획…부산시는 반대

부산 동구 범일동 매축지 마을 골목 모습.
부산 동구 범일동 매축지 마을 골목 모습.

10일 부산 동구 범일동의 매축지 마을은 조용했다. 주민들 모습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1~2층짜리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그사이 좁은 골목길에는 하얗게 타 버려진 연탄들이 곳곳에 보였다. 식당과 미용실 등 대부분 가게는 문이 닫힌 상태였다. 길게 늘어선 담에 그려진 벽화만 눈에 띄었다.

좁고 긴 골목길을 따라가면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마구간이 남아있다. 이 마을은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대 만들어졌는데 당시 부산항 부두에 내린 마부와 말, 짐꾼들이 쉬던 곳이었다. 한국전쟁 때는 피란민이 모여 살았던 판자촌이었다. 피란민들은 마구간을 칸칸이 나눠 살았다고 한다.

이 마을은 1990년대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이 추진되다가 흐지부지됐다. 현재 1000여가구 가운데 300여가구가 공·폐가로 남아있다. 매축지 마을 옆에는 주한미군 55보급창이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부산항으로 들어왔던 일본군 군수물자를 보관했던 창고였다. 해방 이후 주한미군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 마을은 부산에서 일제 강제동원 흔적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지원재단의 <강제동원의 역사와 현장>을 보면, 일제는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뒤 전쟁물자가 부족하자 국가총동원법을 만들어 45년 패망 전까지 조선 등 모든 식민지의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했다. 자료 부족으로 당시 강제동원된 조선인 피해자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하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인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단’은 1990년 내무성 경보국 자료에 실린 통계로 산출한 결과, 1939~45년 강제연행자 수가 151만여명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국내 학계도 150만~780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제동원된 조선인은 일본 등 국외뿐 아니라 국내에도 배치됐다. 부산항은 일본과 대륙을 연결하는 가장 가까운 수송항이다. 일제는 군수수송을 위해 부두를 건설하는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며 부산항을 확대했고, 40년대 일제 육군의 군수기지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조선인이 부산에 강제동원됐다. 매축지 마을도 부산항과 가까운 바다를 매립하면서 생겨났다. 하지만 부산의 강제동원 노동자 현황 기록은 자료가 거의 없어 실태조차 파악이 어렵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활동했던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신고 접수된 자료 가운데 ‘경남지역 기초자료’의 실무위원 심의자료에서 부산지역 조선인 강제동원 사례를 확인하는 정도다.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부산의 여러 시민·노동단체들이 모여 만든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노동절인 다음달 1일 동구 초량동의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 호응도 뜨겁다. 이미 지난 6일 노동자상 건립 모금액이 목표액 8000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부산시 등은 한일관계 때문에 이곳에 노동자상을 설치하는 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부산시는 최근 시민단체와 면담에서 “남구의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쪽에 설치할 것”을 제안했고, 시민단체는 거부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본은 여전히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려면 노동자상을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워야 한다.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사죄가 있기 전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부산 동구 범일동의 매축지 마을에 있는 마구간 건물.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
부산 동구 범일동의 매축지 마을에 있는 마구간 건물.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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