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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이야기 담담] 마을정치와 마을정부

등록 2018-04-11 13:43수정 2018-04-11 20:55

이민철
시민활동가

세월호 참사 4주기다. 하나씩 드러나곤 있지만 아직 진실은 바닷속에 잠겨 있다. 올해도 광화문, 팽목, 목포 신항, 5·18민주광장, 마을 등 곳곳에서 추모와 진실을 노래한다. 잊지 않고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시민들의 약속이다. 팽목항 리본 조형물이 부식돼 위험하다는 소식에 돈과 재능을 기부하겠다는 분들이 넘친다. 4·16 이후 국가는 절망적이었지만 시민들은 죽임과 폐허 위에 희망의 서사를 써가고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광주의 마을 촛불모임은 20여개로 늘었다. 마을 촛불들의 연합인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은 3주기를 마무리하면서 이제 마을공동체운동을 더 열심히 하자고 뜻을 모았다. ‘돈과 이윤에서 생명과 안전으로’가 세월호 이후 사회변화의 방향이다. 돈과 이윤에 삶을 지배받지 않으려면 우리에겐 새로운 관계망이 필요하다. 고립되고 분리된 존재는 믿을 게 돈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을은 삶을 위한 공간이자 관계망이다. 생협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구하고, 이웃들과 소소한 재미를 나누고, 아이는 마을이라는 울타리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커가고 있다. 마을 계획을 함께 세우고 하나씩 바꿔가는 재미도 크다. 그동안 국가와 거대 기업들이 제공한 재료들로 삶을 채웠다면 이젠 마을 사람들이 만든 재료로 하나씩 바꿔간다. 물론 아직은 미약하다. 교육도, 복지도, 문화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물건도 아직은 중앙 집중식으로 공급된다. 하지만 삶이 회복되고, 관계를 회복하는 리듬에 맞춰 조금씩 바꿔갈 수 있다.

지난해부터 마을 에너지기업에 부쩍 관심이 간다. 마을에 있는 학교와 아파트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세우고, 그 수익으로 마을사무국을 운영하는 모델이다. 마을 시민들이 출자하고, 출자한 금액만큼 시와 구가 지원하는 정책과 조례를 만들면 된다. 교육청은 학교 옥상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햇빛발전소와 마을을 교육에 연결하는 기획을 할 수 있다. 햇빛발전소가 늘어나는 만큼 에너지자립도 커지고 마을경제와 자치도 성장할 수 있다.

또 하나 있다. 생협 조합원 가입운동을 마을 전체적으로 해보는 것이다. 생협 운동은 건강한 먹거리를 연결하고,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운동이면서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관계를 회복하는 운동이다. 우리 마을엔 한살림생협과 아이쿱 자연드림 생협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마을 사람 중 10% 이상이 생협 조합원이다. 마을의 조합원 가입률을 20%, 30%로 높이고, 생협에서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마을사무국 운영기금이나 마을 에너지기업에 출자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마을의 공동자산이 커지는 만큼 마을 사람들의 관계망도 넓어질 것이고, 마을 자치력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다.

최근 선거를 앞두고 마을정치와 마을정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미 몇 가지 실험들이 있다. 동장을 주민 직선으로 뽑은 금천구와 광산구 사례도 있고, 주민자치위원을 추첨제로 뽑는 제주도 모델도 있다. 시민참여예산 중 일부를 마을 예산으로 편성해 마을총회에서 결정하자는 제안도 있고, 마을 교육공동체도 서서히 퍼져가고 있다. 돌봄과 어린이 청소년들의 방과 후 활동을 마을이 책임지자는 운동도 일어나고 있고, 장애인의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무장애 마을을 만들자는 운동도 추진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시민 주도, 마을주도로 추진되어야 의미가 있고 지속 가능하다. 동 주민센터 행정을 마을정부 사무국으로 전환하고, 마을경제에 기반을 둬 자립적인 상근 활동가들을 채용해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시스템을 만들자. 구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은 마을정부, 마을 교육공동체를 지원하는 역할 중심으로 전환을 시작하자. 100개의 마을이 자치적으로 협동하며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도시 광주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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