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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금 수배자 박종구는 검찰 수사관을 찔렀을까

등록 2018-04-13 15:01수정 2018-04-13 15:40

벌금 12억원 공소시효 1년 남아…노역장 유치 3년 싫어 저항한 듯
도주의 달인…택시운전사 전화 빌리고 현금만 사용해 검거 피해
박씨, 29년 전 현금수송차량 강탈 범죄 경력

대전중부경찰서는 지난 2일 검찰 수사관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박종구를 공개 수배했다. 대전중부경찰서 제공
대전중부경찰서는 지난 2일 검찰 수사관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박종구를 공개 수배했다. 대전중부경찰서 제공
“아직 안 잡혔어? 이름이 뭐라고? 그 박종구라고?”

고참 형사들은 낯익다며 이름을 되뇌다가 무릎을 쳤다. 박종구(63)는 지난 2일 대전 은행동 ㅊ농원 사무실에서 대전지검 소속 검찰 수사관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나 경찰이 12일 공개 수배한 범죄 용의자다. 박씨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부해주고 금품을 챙겼다가 검거돼 2013년 11월 벌금 12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벌금을 내지 않고 잠적해 2014년 5월 수배됐다.

잡혀봐야 노역장에서 일하면 그만인 벌금 수배자가 왜 검찰 수사관을 찌르고 도주했을까. 고참 형사들은 왜 이름 ‘박종구’를 기억하며 탄식했을까.

박씨는 29년 전인 1989년 8월16일 충남 공주농협 현금수송차량 사제권총 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박씨 등 3명은 한국은행 대전지점에서 현금을 인출해 공주농협으로 가던 현금 수송차를 뒤쫓아가 추돌한 뒤 농협 직원들을 권총으로 위협하고 돈 가방을 챙겨 달아났다. 피해 금액은 6억9천만원에 달했다.

이 사건은 여러모로 경찰의 수사 교본에 올랐다. 박씨 등은 현금수송 차량의 이동 시간대와 동선을 파악한 뒤 범행 장소까지 미리 정해놓고 계획범행을 저질렀다. 차량으로 추돌사고를 내고, 조악한 수준이지만 권총을 범행에 이용한 점도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그는 빼앗은 돈으로 예금하고 부동산을 샀다. 경찰은 2001년 12월 발생한 대전 둔산동 국민은행 현금수송차 권총강도살인사건(3억여원), 2003년 1월 은행동 밀라노21 현금수송차 도난사건(4억7천만원), 같은 해 9월 태평동 버드내아파트 단지 현금수송차 도난사건(7억원) 등 미제사건들이 공주 사건의 진화형으로 보고 수사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그는 공주사건으로 징역 7년을 복역했다. 현금수송차 사건이 날 때마다 그는 단골로 용의 선상에 올랐지만, 범행과의 연관성이 없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은 그가 출소한 뒤 자동차 딜러로 일했고 사기사건 등에 연루된 점 등으로 미뤄 강력범죄에서 지능범죄로 업종을 바꾼 것 같다고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가 벌금 수배 외에 여러 건의 수배가 더 있지만, 구속영장을 신청할 정도 사안은 아닌 걸로 안다. 벌금 12억원을 몸으로 때우려면 꼬박 3년을 노역해야 하는데 공소시효가 내년 9월로 만료되는 만큼 이를 넘겨보려고 저항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수배된 박종구는 지난 1989년 공주농협 현금수송차량 강도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문화방송이 보도한 영상 속의 박종구. 문화방송(MBC) 화면 캡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수배된 박종구는 지난 1989년 공주농협 현금수송차량 강도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문화방송이 보도한 영상 속의 박종구. 문화방송(MBC) 화면 캡처
그는 여전히 경찰 범죄수사의 교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보다 반나절 이상 앞서 움직이는 도주 수법 때문이다. 그는 2일 은행동에서 자신의 차를 타고 용전동 고속터미널 인근으로 달아났다. 이어 차를 버리고 택시로 둔산동까지 와서는 다른 택시를 타고 유성 쪽으로 이동했다. 또 다른 택시를 타고 동학사 모텔촌에 숨어든 것을 끝으로 대전에서는 더 이상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다. 경찰은 박씨가 다음날 서울에 모습을 보이더니 지난 9일 전주 쪽에서 잠깐 행적을 드러내고는 종적이 끊겼다고 했다. 경찰은 “그가 6개 정도의 대포폰을 갖고 다니지만, 지인에게 연락할 때는 반드시 이동 중인 택시에서 전원을 켜고 통화하거나 택시운전사의 핸드폰을 빌려서 통화한다. 행선지도 목적지를 말하는 대신 그때그때 방향을 알려주는 식이고 수시로 경로를 바꿔 추적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선영 대전경찰청 강력계장은 “박종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피의자로, 보상금 300만원에 현상 수배했다. 박종구를 보거나 은닉처를 아는 시민은 대전중부경찰서나 가까운 경찰관서에 신고해 달라. 신고·제보자는 비밀을 보장하겠다”고 당부했다. 대전중부경찰서 전담팀 (042)220-7231.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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