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대전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으로 두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송인걸 기자
“평양가서 맥주 한잔하고 싶어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9시29분 대전역, 이른 아침부터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자 박수를 치며 두 정상의 만남을 축하했다. 시민들은 “오늘 남북이 만나고, 조만간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하는 걸 보면 이번에는 뭐가 돼도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27일 오전 대전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으로 남북정상회담 중게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송인걸 기자
박범산(56·공무원)씨는 “꿈 같다. 남북이 마음을 열고 교류하길 바란다. 조만간 평양에서 냉면에 대동강 맥주를 마시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혜경(30·대학원생)씨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미국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등 한반도가 긴장상태였는데 갑자기 남북, 북미 관계가 개선되니 신기하다”라며 “독일은 통일을 이뤘지만 내부적인 동·서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서두르지 말고 민간 차원의 교류를 강화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연(40)씨는 “개개인은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가족의 울타리에서는 감싸주고 이해한다. 남북이 한민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앞으로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대전역 대합실에서 남북정상회담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자 박수를 치고 있다. 송인걸 기자
“두 정상이 만나는 걸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예요.” 중계방송을 내내 박수치며 지켜보던 신아무개(77·대전 동구 자양동)씨는 “어릴때 고향인 경남 사천에서 한국전쟁을 치렀다. 지금도 끔찍하다. 어서 남북이 하나돼 서로 오가고 경제발전도 이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신미연(24·대학원생)씨는 “문재인 대통령 부모님 처럼 제 외조부, 외조모도 실향민이다. 북한에 갈수 있다면 어머니께 전해 들었던 외조부 고향인 황해도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북한에 퍼주기를 하고 대가로 얻은 회담이라는 말이 나돈다고 우려했다. 유아무개(76·충남 아산)씨는 “잘되면 더 할 나위없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가 그동안 고생해 이룬 걸 북한에 퍼주는 건 안될 말”이라며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면 북한이 한국전쟁에 대해 민족 앞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7일 오전 대전도시철도 1호선에서 변정임씨가 출근길에 휴대전화로 남북정상회담 중게방송을 보고 있다. 송인걸 기자
이에 앞서 대전도시철도 1호선에서 만난 출근길 대전시민들도 휴대전화로 중계방송을 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정종인(46)씨는 “오늘은 아무래도 일이 손에 안잡힐 것 같다. 저녁때 친구들과 만나 정상회담을 축하하면서 술 한잔 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변정임(47·대전상인연합회)씨는 “아들이 강원도 홍천에서 복무한다. 남북 관계가 좋아져 징병제가 모병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도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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