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년 전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한 소설이 잇따라 출간돼 관심을 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동학농민혁명군의 최후 항전지로 다시 조명되는 전북 완주군 대둔산을 무대로 한 소설가 이성수씨의 역사소설 <70일의 비밀>이 최근 나왔다고 1일 밝혔다. 소설가 이씨는 2014년에도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한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을 출간했다. 이씨의 이번 작품은 동학농민혁명재단 이병규 박사 논문(금산·진산지역의 동학농민혁명 연구, 2003년)을 바탕으로 3년에 걸쳐 완성했다.
소설의 주무대는 동학농민혁명군 최후 항전지로 대둔산 형제바위 아래에 망루처럼 높이 솟은 봉우리 주변이다. 엄동설한에 70여일간 항전을 벌이다가 장렬히 산화한 농민혁명군의 모습을 절박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 일본군 첩자 다나카 지로의 행각과 부보상(보부상)의 탐욕을 통해 당시의 모순된 사회상을 표현한다. 동학접주 김석순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박홍규 화백의 판화를 삽입했다.
전북 고창 출신인 저자 이씨는 “학술논문을 탐독하고 나서 왠지 할 일을 놔두고 엉뚱한 것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것 같아 조급하고 불편했다.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사건인데도 역사의 발굴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혁명을 조명하기 위해 소설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논문 쓴 이병규 박사는 “동학농민군들은 더이상 목숨을 보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음에도 왜 봉우리를 올랐을까에서 출발한 논문”이라고 말했다.
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 이윤영 관장도 지난달 장편소설 <혁명>을 출간했다. 이 소설은 동학농민혁명사를 강의한 이 관장이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혁명을 실감하도록 썼다. <혁명>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와 상상력에 기반했다. 독자에게 친숙한 전봉준 이외에도 동학과 관련한 인물로 의암 손병희와 백범 김구의 역할에 신경썼다. 또 전남 장흥을 중심으로 동학농민군을 지휘한 여성 이소사 접주도 부각했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천도교 및 동학농민혁명 관련 단체에서 일한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답사와 자료수집에서 수정·교열에 이르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실존인물들을 역사자료의 재현에 머물지 않고 상상과 전설 등을 활용해 최대한 이야기를 확장했다”고 말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소설의 형식을 빌린 역사서로 역사소설이 초래하기 쉬운 역사 오해의 위험성을 끊고 긴장감을 최대한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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