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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담담]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학 활성화

등록 2018-05-02 10:48수정 2018-05-02 20:02

박학래
군산대학교 역사철학부 교수

6·13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정책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선거과정에서도 시민들이 뜻을 모아 후보자들에게 공약으로 제안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듯하다. 전북의 경우, 전북선거관리위원회가 중심이 돼 한 달간 유권자들의 희망공약을 받아 ‘우리동네 희망공약집’을 만들어 예비후보 등에게 전달했다. 군산에서는 시민단체 중심으로 올해 초부터 수개월 동안 정책제안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시민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자발적으로 조정·합의한 정책안을 후보자들에게 제안하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의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전보다 구체화한 모습으로 지역현안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것이다. 그 움직임의 기반에는 지방자치체의 부활과 함께 활성화한 ‘지역’이 자리잡고 있다고 여겨진다. 주지하다시피 지역학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지역의 미래를 모색하는 종합적인 학문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역민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보다 발전적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게 지역학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그래서 지역학은 학문 연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이러한 점 때문에 지역학의 탐구 과정과 결과는 해당 지역민과 공유하고 확산할 때만 그 존재 의의를 가진다. 그런 점에 대부분의 지역학 연구자들이 이에 공감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최근 십수 년간의 지역학은 단순히 학문적 탐구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지역민과 함께 지역현안을 풀어내는 기초로 그 역할을 다하고자 했다.

지역학은 지난 기간 동안 이러저러한 부침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 지역의 지역학은 지역의 정치·행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면을 해결하는 기초를 담당해 왔다.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해당 지역이 살만한 곳임을 지역민에게 심어줬고, 지역으로 이주하는 주민들이 정붙이고 살만한 고장임을 확인시키는 데 일조도 했다. 지역에서 거행하는 여러 문화정책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런 역할 때문인지 이제 지역학은 지역발전을 위한 필수 기반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지역학과 비교해 전북의 지역학은 아직 본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은 미흡하다는 게 지역학 연구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전북지역의 각 시군별로 이뤄지고 있는 지역학 연구와 확산은 주체의 혼선에 따라 불균등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나마 이뤄진 지역학 연구성과도 지역민과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학 연구성과의 재문화화도 그 시선이 외부로만 쏠려 있고, 정작 지역학의 주체인 지역민에 대한 시선은 약화돼 있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몇 년 전부터 전북지역에서 이뤄지는 지역학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제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별로 필수화한 지역학이 허울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지역의 정체성을 수립하고 지역민의 자긍심 고취 및 지역발전의 기초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최근 전북도에서 중앙정부에 국가차원의 지역학 진흥을 위해 ‘전라유학진흥원 설립’과 관련한 재원 요청은 이러한 측면에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전북도 차원 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지역학 활성화를 위해 보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추진을 기대한다. 지역학 활성화의 시선이 지역주민의 삶에 초점이 맞추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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