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집단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을 엄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4일 이틀 만에 22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광주 집단폭행 사건 때 출동한 경찰들이 방관하는 듯한 영상을 본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수완지구에서 발생한 집단폭행 현장을 촬영한 2분짜리 영상에는 가해자들의 잔혹한 폭행 장면과 경찰관의 소극적 초동 대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민들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5~6명에 이르러 가해자 숫자와 비슷해졌는데도 적극적으로 제압하지 않고 피의자를 주춤주춤 피하거나, 도로 옆에 서서 휴대전화를 하는 장면에 한숨을 지었다. 이 순간 화면에 잡힌 경찰관 5명 중 3명이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청와대 청원과 온라인 댓글 등을 통해 공권력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시했다. 심지어 방관한 경찰을 처벌해야 한다는 반응마저 나왔다.
한 시민은 “짧은 영상이지만 경찰의 현실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이를 보고도 경찰이 시민을 보호해 줄 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경찰이 현행범들 앞에서 왜 쩔쩔매고 있느냐. 이렇게 약해서 힘없는 시민을 잘 지킬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다른 이는 “무기를 휴대한 경찰이 가해자를 제압하지도 피해자를 보호하지도 못했다. 세금으로 월급 주기 아깝다. 이들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특히 “경찰이 피해자가 실명 위기에 몰릴 정도로 맞았는데도 쌍방폭행으로 처리하려다 여론이 들끓으니까 비로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한다고 한다. 이곳저곳 눈치만 살피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경찰은 소극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자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영상에서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비쳤을 수 있으나 현장 출동, 상호 분리, 가해자 체포, 부상자 후송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28분 “남자 여럿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4분 만에 순찰차 2대와 경찰관 4명을 현장에 보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서로 욕설을 하고 시비를 하는 피의자들을 분리하고 제지했다고 한다. 곧이어 순찰차 11대와 형사기동대차 1대로 경찰관 27명이 속속 도착하자 최초 출동 21분 만에 피의자 7명을 적극적으로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영상 속의 경찰 1명이 흥분한 피의자가 갑자기 다가오자 잠시 떨어지려 한 모습이 소극적으로 비쳤을 수 있다. 하지만 여경 1명이 피의자의 팔을 잡아당기며 제지했고, 격렬히 저항하던 피의자 1명을 전자충격기로 제압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한아무개(25)씨와 이아무개(29)씨 등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가해자 7명 중 박아무개(31)씨 등 3명은 지난 2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수사가 완결되지 않아 공동상해로 영장을 쳤지만 추가로 영상과 진술, 피해의 정도 등을 검토해 살인미수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가해자들을 엄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4일 이틀 만에 22만명이 동참해 청와대에서 답변해야 하는 기준을 넘어섰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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