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아 섬으로 가는 아이들

순천 사랑어린학교, 7월6일까지 남도 섬 23곳 찾아 순례 나서
“힘들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자신과 자연에 집중하며 걷겠다”

순천 사랑어린학교 학생들은 지난 2016년 5월 인천에서 팽목까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진을 펼쳤다. 사랑어린학교 제공

전남 순천의 10대들이 남도의 섬들을 한 바퀴 도는 순례에 나선다.

순천 사랑어린학교 학생과 교사 22명이 23일 오후 2시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 부푼 마음으로 첫배에 오른다. 이들은 1박2일 동안 여수 연도와 안도를 찾아 어민의 생활과 독특한 풍경을 만난다. 이들은 이어 7월6일까지 46일 동안 고흥 연홍도, 완도 여서도, 진도 관매도, 신안 가거도, 영광 하낙월도 등 섬 23곳을 두루 걷기로 했다.

이 순례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교사와 부모는 안전을 지원하고 있다. 중 1~2학년인 이들은 지난달 초부터 스스로 계획과 일정을 짰다. 기상·교통·숙식·경비 등을 놓고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토론과 투표를 거듭한 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어 순례의 주제를 ‘아무르’(아무것도 모르지만 느낌 있게)로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험한 여정 속에서도 자신과 친구, 자연과 세상에 대한 사랑을 배우겠다는 뜻이다.

이후 탐방할 섬들을 나눠 역사와 문화, 특성 등을 조사하는 등 준비에 들어갔다. 소식을 들은 이재언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과 강재윤 섬문화학교 교장이 길라잡이로 번갈아 동행하기로 했다. 류지훈(14)양은 “첫 여정이 다가오니 설레고도 불안하다. 섬은 제주도만 가본 친구들이 많다. 힘들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자신과 자연에 집중하며 걷겠다”고 전했다.

전남 순천 사랑어린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5월 학교 부근인 순천시 해룡면 하사리에서 마을길 걷기를 하고 있다. 사랑어린학교 제공

이 학교는 2003년 대안학교로 순천시 해룡면 농주리에 문을 열었다. 초등 1학년부터 중학 3학년까지 학생 80여명이 재학 중이다. 교육과정 안에 순례프로그램을 따로 편성하는 등 걷기와 명상을 중시해 왔다. 날마다 초등생은 버스에서 학교까지 3㎞, 중학생은 기숙사 부근 해안길 4㎞ 구간을 걷는다. 해마다 한차례 2주일 이상 강원도와 지리산, 산티아고와 다람살라 등 국내외로 순례를 떠나는 등 걷기를 강조한다. 2년 전엔 세월호를 추모하며 인천에서 팽목까지 걸은 적도 있다. 김민해 교장은 “자신만의 길을 가려면 사유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사유하는 힘을 기르는 데 명상과 걷기가 중요하다. 자연 속을 걷노라면 천지만물이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저절로 깨닫는다. 어릴 때 명상과 걷기를 습관으로 들여놓으면 집중력 관찰력 상상력이 남달라 진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