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원희룡 무소속 제주지사 후보를 그의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 14일 후보토론회장에서 제2공항 반대 주민으로부터 날계란과 주먹으로 맞아 병원에서 안정을 취한 뒤 선거운동에 복귀한 날이었다.
제2공항 문제부터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저는 제2공항을 강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입지선정 타당성 용역) 재검증에 들어갔으니 내용과 절차가 부족하면 더 하자는 것이다. 기상자료 및 데이터 오류 등을 정정하고, 내용과 절차 등을 따질 건 따져 재검증해야 한다. 용역 결과 오름을 잘라야 하거나, 동굴이 나오면 제주도가 그런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원점 재검토’는 반대 여론을 회피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입지를 옮기려는 게 아니냐, 2년 넘게 전문가들이 검토했던 것을 그 내용도 숙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시 제기하면서 논란을 벌이는 게 맞는가”며 제2공항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문대림 후보를 겨냥했다.
원 후보는 2014년 큰 기대를 받으며 제주지사에 당선됐지만, 4년 동안 ‘서울바라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몸은 제주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서울에 있어 주민과의 소통이 안 되고, 도 행정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도민들이) 저를 기대하고 지지하면서도 아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중앙정치를 곁눈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도민 접촉이 미흡한 것도 중앙으로 갈 거니까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 자초한 측면도 있다. 당선되면 절대 (중앙을) 쳐다보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당선된다면 다시 보수정당(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할지는 주목되는 부분이다. 원 후보는 “큰 활자로 써달라. 당선되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울타리를 뛰어넘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여망과 미래를 위한 바람에도 부응하기 위해 나왔는데 왜 좁은 정당 정치에 갇히겠느냐”고 강조했다. 줄곧 정당정치를 했던 원 후보의 입에서 정당 정치 무용론이 나온 건 의외였다.
원 후보는 지사 임기 중 성과로 난개발을 막고 대중교통 체계를 바꿨으며 쓰레기 분리 배출제를 도입한 일을 꼽는다. 하지만 이들 정책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다. 원 후보는 “난개발 방지와 쓰레기 처리, 교통 개선 등을 약간 거칠게 다룬 면이 있다.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앞질러갔다는 지적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방향은 맞다. 앞으로 다양한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 정책을 연착륙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그동안 설거지를 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밥상을 차리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인사와 관련해 원 후보는 “인사에 시행착오가 있었다. 반복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 지금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생겼다. 도민 속에서 인재를 발굴해 쓰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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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개혁보수의 아이콘
국회의원 3선…2014년 60% 지지로 도지사 당선
원 후보는 지난달 17일 있었던 출마 기자회견 때 회견문이 있었지만, 이를 보지 않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하지만 토씨가 거의 틀리지 않았다. 회견문을 통째로 외워버렸기 때문이다. ‘학력고사 수석, 사법시험 수석’은 늘 원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따라붙는 수식어다. 2006년 서울에서 제16대 총선에 국회의원으로 당선해 정치에 입문한 뒤 중앙 정치무대에서 활동한 문 후보는 ‘개혁 보수’의 아이콘이다. 서울에서 내리 국회의원 3선을 연임하고, 집권당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니, 주변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까지 했다. ‘제주판 3김’이라고 불리는 우근민·신구범·김태환 전 지사가 주도했던 도지사 선거에 2014년 내려와 60%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원 후보의 무소속 선택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