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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떨어뜨리고 성추행하고…” 베트남 어업이주노동자의 눈물

등록 2018-05-30 14:07수정 2018-05-30 14:16

제주 어선 탔다가 폭행·성추행 당해
민주노총, 가해자 처벌·피해자 보호 촉구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30일 오전 제주시 제주고용센터 앞에서 베트남 출신의 어업이주노동자 폭행사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베트남 이주노동자(마스크 쓴 이)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30일 오전 제주시 제주고용센터 앞에서 베트남 출신의 어업이주노동자 폭행사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베트남 이주노동자(마스크 쓴 이)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맞아 죽을 것 같아 겁이 날 때도 있었어요.“

30일 오전 11시 제주시 노동부 제주고용센터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베트남 출신의 어업 이주노동자 ㅌ(22)과 ㅅ(22)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동안의 고생을 떠올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며 제주도에서 뱃일을 하다가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 그들은 민주노총의 도움을 받아 기자들 앞에 섰다.

베트남 중부지방인 하띤 출신 ㅌ은 지난해 6월26일 제주에 왔다. 돈을 벌고 어업기술을 배워 고향에서 잘 살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한국행을 위해 9명의 식구를 책임진 ㅌ은 이웃과 친지들로부터 한국 돈 700만원을 빌렸다. 베트남에서 뱃일을 해 본 그는 ‘선주와 선장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입국 사흘째 되는 날부터 배에서 일했다. 같은 베트남 중부지방인 꽝빈 출신 ㅅ도 지난해 9월5일 제주에 와 ㅌ과 같은 배에서 일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꿈에 부푼 것도 잠시, 이들은 선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 성추행 등에 시달렸다. 오후 2~3시에 일을 시작하면 다음 날 오전 8~9시가 돼야 끝났다.

배에는 한국인 선원 5명과 ㅌ·ㅅ 등 베트남 선원 2명이 있었다. ㅌ은 “선장은 한국인 선원은 건드리지 않고 우리한테만 폭언과 폭행, 성추행했다. 선장이 성기를 움켜잡는 행동을 자주 했다. ‘안돼요’라고 해도 선장은 재미있어하며 계속했다. 동료 ㅅ은 숙소에서 쉬다가 선장이 성기를 갑자기 움켜잡자 놀라고 아파서 비명을 질렀는데 매우 재미있어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인 동료 선원한테 등이나 얼굴을 맞았다. 입술이 터져 피가 나지만 선장과 선주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선주가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폭언과 폭행은 계속됐다.

지난 3월29일에는 선장이 ㅌ을 따라다니며 낚싯줄을 끊고 일을 못 하게 하는가 하면, 한밤중에 작업복을 입은 ㅌ을 밀어 바다에 빠뜨렸다. ㅌ은 “그때 충격이 너무 커서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ㅌ은 이런 일이 생기자 선주에게 사업장을 바꿔달라고 했지만, 선주는 다른 배를 타려면 500만원을 내라고 했다. ㅌ과 ㅅ이 서귀포해양경찰서에 신고하자 선주와 선장은 이들을 숙소에서 내쫓았다. 이들 2명의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현재 제주이주민센터 쉼터에 체류하고 있다.

ㅌ은 “한국은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좋은 사람도 있지만 나쁜 사람도 많다. 당황스럽고 힘들고 불안하다. 사건을 빨리 처리하고 다른 사업장을 찾고 싶다”고 했다. ㅌ은 이어 “저는 노예가 아니라 사람이다. 어린 이주노동자라고 함부로 욕하고 때리고 성추행을 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 최소한의 인격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다”고 항변했다. 옆에 있던 ㅅ은 “상상과 현실이 달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고용허가 취소 등을 요구하는 한편 어업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조건 및 폭행·인권 차별 실태를 전면 조사할 것을 제주고용센터에 요구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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