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붕괴한 서울 용산구의 4층짜리 상가 건물 인근 먹자골목 상가들이 사고 처리로 개점휴업한 상태다.
5일 낮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의 먹자골목은 황량했다. 평소 같으면 손님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을 공간이지만, 지난 3일 발생한 붕괴 사고는 거리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골목 들머리에 자리잡은 4층 상가 건물이 이틀 전 무너져 내리면서 이 일대 상가들은 개점 휴업 상태였다. 불과 1년 전 상가 안팎을 수리하고 음식점을 낸 박아무개(46·여)씨는 “불안해서 누가 이곳을 찾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입자들은 매달 내야 할 월세를 걱정했다. 이곳에서 10년째 숯불구이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이번 사고는 사실상 폐업 선고나 다름없는데, 월세 380만원을 어떻게 감당할지 눈 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지난 3일 무너져 내린 서울 용산구의 4층짜리 상가 건물 인근 3층짜리 건물의 외벽이 부분 철거된 뒤 방치되면서 곳곳에 벽돌이 떨어져 나가거나 마감재가 그대로 매달려 있다.
붕괴된 상가 주변에 살거나 상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추가 붕괴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골목을 자주 찾던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던 인근 건물 회사원들은 “자주 가던 단골집이었는데, 하마터면…”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건물 옆에 있는 엘에스(LS)용산타워 입주기업에 다니는 이아무개(35)씨는 “주변 다른 오래된 건물들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어 멀리까지 식사를 하러 간다”고 말했다. 사고 건물 주변에 있는 5층 이하 상점 13개 동이 대부분 지은 지 40~50년이 지난 건물들이다.
실제로 치과 의원 등이 들어서 있는 한 5층 건물 옥상은 외벽 콘크리트가 부식되면서 철근까지 밖으로 드러났고, 외벽과 내부 계단 곳곳에도 균열이 발견됐다. 또다른 3층짜리 건물 외벽은 불법 증축했던 부분을 철거하면서 외벽을 방치해 곳곳에서 벽돌이 떨어져 나가거나 마감재가 그대로 매달려 있어 위태로워 보였다. 서울시는 이들 건물 가운데 사고가 난 건물 양쪽 옆 2개 동만 폐쇄 조처했다.
건물 붕괴 사고가 일어난 이 일대는 용산 국제빌딩 5구역으로 2006년 도시환경정비사업 지구로 지정됐다. 5구역은 개발 면적이 6122㎡에 불과하고,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에 그동안 개발계획이 3차례나 변경되어 왔다. 그러는 사이 건물은 더욱 노후화됐지만 안전진단이나 구조보강은 없었다. 철거할 건물에 굳이 돈 들여서 수리할 이유가 없다는 건물주와 수리하면 월세가 오를 것을 걱정한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결과였다. 그 사이 5구역은 고층빌딩 숲 속에 ‘낙후된 섬’처럼 고립됐다.
5일 서울 용산구의 4층짜리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소속 조사관이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사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상가 입주 상인들은 건물 노후화보다 ‘국제빌딩주변 4구역’ 용산 센트럴파크 공사 과정에서 붕괴의 원인을 찾고 있다. 국제빌딩주변 4구역은 2009년 용산참사가 발생했던 남일당 빌딩 용지가 포함된 곳이다. 이번 붕괴 사고 현장에서는 불과 60~70여m 남짓 떨어진 곳이다. 4구역 공사장과 마주한 5구역 주변 도로 곳곳에는 선 굵은 균열이 나 있었고, 일부 도로는 땅꺼짐 현상도 발견됐다. 상인들은 이런 도로 현상이 공사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4구역 시공사인 효성건설 쪽 관계자는 “현재 경찰 등에서 사고 원인 조사 중으로, 공사와 붕괴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붕괴 사고 원인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붕괴한 건물 1층에 입주한 정가네 식당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데이터 기록을 확보, 분석 중이다. 경찰은 또 이날 오후 소방과 서울시 등과 함께 지하 투시 장비를 동원해 사고 현장 주변 도로 4.5km를 돌며 지하 동공(빈 공간)이 있는지 조사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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