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부산 남구청장에 출마한 박재범 후보가 당선 확정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뻐하고 있다. 박재범 선거사무소 제공
‘보수 텃밭’으로 여겨진 부산에서 기초단체장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휩쓸었다. 1995년 민선 기초단체장 선거 도입 후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들이 부산의 기초단체장에 당선된 것도 처음이다. 부산의 정치지형 전체가 뒤집힌 것이다.
6·13 선거에서 민주당은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13곳에서 승리했다. 당초 민주당 부산시당이 최대 목표로 삼았던 ‘8곳 승리’를 훌쩍 넘긴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서구와 수영구에서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기장군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6차례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부산의 기초단체장은 한국당 계열 정당 후보가 독식해왔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에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이 16개 구군 가운데 무소속의 기장군을 뺀 나머지 15곳을 가져갔다. 이번 선거에서 현역 구청장과 지역 조직력을 갖춘 한국당 후보들이 수성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보수 성향이 강했던 금정구에서 정미영 후보가, 원도심 지역인 중·동·영도구에서 윤종서·최형욱·김철훈 민주당 후보가 각각 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해운대구에서도 홍순헌 민주당 후보가 현역 구청장인 백선기 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구청장이 됐고, 동래구에서도 김우룡 민주당 후보가 현역 구청장인 전광우 후보를 눌렀다. 3선 연임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부산진구에서는 서은숙 민주당 후보가 김영욱 한국당 후보를 제쳤다. 탄핵 정국 당시 민주당에 입당한 노기태 후보도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이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계열 정당 후보와 민주당 계열 후보들과 혈투가 잦아 이른바 ‘낙동강 벨트’ 지역이라고 불리는 북·사상·사하구에서도 정명희·김대근·김태석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특히 북구청장에 출마한 정 당선자는 이번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56.5%)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역 정치계에서는 “23년 동안 보수 정당을 밀었지만, 부산에 발전은 없었다.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지역 정권 교체 열망이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당선자들은 입을 모아 “시민들이 일당 독주를 끊고 변화의 마침표를 찍어줬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시민의 말을 가슴속 깊이 새기겠다. 시민의 행복과 기초단체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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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