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과의 공존을 권장하고 홍보하는 로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최근 지리산 일대에서 방사, 복원된 반달가슴곰이 잇따라 사람으로 인한 사고를 당하자, 환경단체가 좀더 발전된 공존 대책을 세우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전남환경운동연합과 반달곰 친구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광양 백운산에서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올무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백운산으로 찾아든 반달가슴곰을 지켜내지 못한 환경 행정 당국의 안일한 자세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4년부터 시작한 종 복원 사업으로 개체가 늘어난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광양 백운산, 김천 수도산 등으로 이동했지만 이들을 보호할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리산권에서 활동 중인 반달가슴곰 56마리 중 절반은 위치 추적기가 없어 이동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반달가슴곰 상당수가 지리산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안전한 서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직과 예산을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운산 바위틈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반달가슴곰 KM-55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백운산에서 반달가슴곰을 숨지게 만든 이동형 올무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이들은 특히 지난달 4일 지리산권 17개 시군이 참여한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를 발족하고도 환경 행정 당국이 ‘곰 한 마리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서로 관리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반달가슴곰의 서식 환경 조사, 당국과 민간이 참여한 종 복원위원회 구성, 불법 수렵 도구 위험성 홍보, 지역주민과의 협력 방안 마련 등을 요구해왔다.
앞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14일 백운산 바위틈에서 올무에 오른쪽 앞발이 걸린 채 숨져 있는 반달가슴곰(KM-55)을 발견했다. 5년생 수컷인 이 곰은 지난해 7월부터 백운산 일원에서 활동 중이었고, 위치 추적기에서 이상음이 잡히면서 공단이 조사에 나섰다. 현장에서 발견한 올무는 나무나 바위 등에 고정한 것이 아니라 길이 1m짜리 나무에 쇠줄을 매어 두고 여기에 걸린 곰이 돌아다니다 끝내 죽을 수밖에 없게 하는 이동형이었다.
반달곰 친구들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지난달 21일 반달가슴곰(KM-53)이 당한 교통사고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곰과의 공존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단체는 “반달가슴곰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사고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당국은 사고 예상 지점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안내 방송을 하는 등 보호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곰은 지난달 5일 새벽 4시쯤 대전~통영 고속도로 생초나들목 부근에서 시속 100㎞로 달리던 고속버스 왼쪽 범퍼에 받혀 왼쪽 앞다리 부위에 복합골절상을 입었다. 4년생 수컷인 이 곰은 같은 달 11일 함양 태봉산에서 포획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 복원 기술원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이 곰은 지난해 6~7월 지리산에서 80㎞ 이상 떨어진 김천 수도산으로 두 차례 이동했다가 붙잡혀 돌아왔으나 다시 이동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