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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선거판을 바꾸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등록 2018-06-20 13:52수정 2018-06-20 19:45

이야기 담담
이민철
시민활동가

선거가 끝났다. 나는 이번에 광주시교육감 시민경선 과정과 시민경선 단일후보의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경선도 처음이었지만 선거운동은 난생 처음이었다. 선거운동을 하고 나면 대부분 시야가 넓어진다고 하는데 그것은 맞는 말이다. 특히 교육감 선거와 같은 전문분야 광역선거는 더욱 그러했다. 무엇이 부족한지를 제대로 알았다는 말이 정확하겠다. 시민활동가로서 현실 진단과 구체적 대안의 부족, 활동범위의 협소함, 조직력과 미디어 역량의 한계 등을 실감하는 과정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여러 사람들이 다음 선거부터는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경선에 참여할 거라고 말한다. 시민경선이 효과가 있었다는 말이다. 시민경선을 처음 하다보니 부족함이 많았고, 또 선거법상 제약도 많았다. 하지만 잘 보완하고 숙성해가면 시민운동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도 확인했다. 후보 검증, 정책 토론, 시민참여라는 선거의 세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대부분의 지역으로 교육감 시민경선이 퍼져가고 있는 이유다. 부족함이 있었다면 추진팀의 경험 부족, 역량 부족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협치의 시대에 시민정부를 생각한다면 시민경선과 선거운동을 책임있게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협치와 시민정부는 시민들이 함께 결정하고, 함께 집행하고, 함께 책임지는 시스템인데 권력은 함께 만들지 않으면 공유되기 어렵다. 비슷한 비전과 정책을 가진 후보와 시민그룹이 한 팀을 만드는 과정이 시민경선이고,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와 시민그룹이 지지를 얻어가는 과정이 선거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여서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의미를 더 확장해가면 선거와 관련한 새로운 시민운동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선거는 시민들의 정치축제가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만들어가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광주시교육감 선거만 해도 득표율 15%를 넘으면 6억6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예비후보 활동기간까지를 생각하면 네 달간의 정치축제를 만들 수 있다. 잘 준비하면 시끄러운 유세가 아니라 함께 즐기는 춤과 음악, 시민토론마당이 될 수 있다. 함께 지역의 비전을 그려가는 과정도 만들 수 있고, 시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고 합의하는 과정도 만들 수 있다. 시민들이 만들고 함께 참여하는 정치축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선거가 바뀌어야 정치가 바뀌고, 정치가 바뀌어야 생활이 바뀐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많이 커졌다. 승부와 전쟁을 치르는 선거기술과 선거전문가들은 날로 발전하고 많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선거는 돈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여전히 금권 선거, 관권 선거를 걱정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금권 선거, 관권 선거로 당선된 후보가 소신대로 청렴하게 뜻을 펼칠 수 있을까?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미 덜미가 잡힌 후보를 꾼들이 가만둘 리 만무하다. 돈을 쓰지 않고, 시민들의 지지와 자발적 선거운동만으로도 당선이 될 수 있어야 정치를 바꿀 수 있다.

결국 다시 시민운동이다. 적극적 유권자 운동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뜻이 맞는 후보가 공적 책임을 가지고 시민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유권자 운동, 시민 선거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쟁과 승부를 다루는 선거전문가들이 있다면, 축제와 시민참여를 만드는 선거전문가들도 많아져야 한다. 시민사회의 핵심의제를 다루는 마당이 선거이고, 핵심의제를 잘 해결할 동력을 만드는 일을 선거운동으로 본다면, 이제 시민운동은 선거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전문역량을 키워가야한다. 당장 청소년참정권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을 개혁하는 일부터 직접 선거운동을 책임지는 일까지 시민들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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