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마당]
미국은 사막 위에 나무를 심고 라스베이거스를 세웠다. 그러나 우리는 아름답게 우거진 나무숲을 베어내고 콘크리트 사막화의 길을 가려 하고 있다. 2020년 7월로 닥친 장기 미집행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도심 곳곳에서 도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던 숲과 나무들이 개발이란 허울 아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천안과 아산의 현실 또한 전국의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다. 지난 2009년 도시공원 해제를 막아보겠다며 마련된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무슨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되는 것 처럼 도심 속 녹지마저 개발의 광풍으로 몰아가고 있다.
천안은 노태공원, 백석공원, 일봉공원, 청룡공원, 청수공원, 아산은 용화체육공원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천안과 아산지역 도시공원 면적의 12.1%와 21.6%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는 곧 천안과 아산지역에서 86개와 164개에 달하는 축구장 면적의 도시 숲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날마다 미세먼지에 고통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쓴 마스크로 인해 길에서 만난 옆집 아이의 얼굴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도시 숲에서 미세먼지의 농도가 25.6%, 초미세먼지의 농도는 40.9%가량 낮게 측정이 된다고 한다. 미세먼지에 고통받는 시민을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30%의 도시 숲을 없애는 정책이 과연 시민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는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묻고 싶다.
장기 미집행도시공원 일몰제는 오랜 시간 부당하게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아왔던 토지 소유주들을 위해 마련되었다. 물론, 토지 소유주의 재산권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과연 숲을 베어내고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길만이 그 존중의 방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토지 소유주 역시 자신이 살고, 이웃이 살아가는 이 도시가 잿빛의 콘크리트 사막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한 우려는 비단 몇몇 환경운동가들의 문제가 아니다. 이달 초 천안 일봉산에서 ‘일봉공원 조성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일몰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었지만, 3772명이 서명했다. 더는 개발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구시대를 벗어나 환경과 생명을 존중하는 시대로 향하고 있음을 뜻하는 손길일 것이다.
더는 민간공원 특례사업과 같이 숲을 없애고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개발 사업은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안 없는 반대 혹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서울시에서는 이미 도시공원 지역 매입을 위한 국고보조와 지방채 발행 방침을 밝혔다. 임차공원 제도, 도시공원 제공자에 대한 재산세와 상속세 감면 등 다양한 방안 또한 모색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천안과 아산에 필요한 것은 재정부족이란 핑계가 아니라 환경과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이다.
채진욱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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