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보미 전담사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전래놀이를 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여성가족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아이 돌봄 서비스’ 사업에 종사하는 아이돌보미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이번 판결은 근무지가 특정한 공장이나 회사로 제한되지 않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들이 현행 노동법에 의해서도 근로자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승휘)는 광주 5개 구의 아이돌봄서비스 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광주대 산학협력단·초당대 산학협력단 등 5곳 서비스 기관의 사업주들에게 박아무개씨 등 163명의 아이돌보미들이 2013년 1월~16년 1월 받지못한 연장근로·휴일근로 미지급 수당 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아이돌보미의 업무가 서비스 기관에 의해 결정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점을 들어 현행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비스 기관 5곳이 아이돌보미들과 작성한 근로계약서(표준계약서)에 아이 돌보미들의 기본적인 업무 내용이 명시돼 있고, 월례회의·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지시를 내렸으며, 보수교육 이행 등 아이 돌봄 서비스 수행 외의 업무도 지시했다”며 “또 아이돌보미들이 제출하는 활동 일지와 이용자 민원 등을 통해 이들의 업무수행을 감독했다”고 밝혔다.
아이돌보미란 여성가족부가 2007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에 따라 집을 방문해 3개월부터 12살 미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노동을 하는 종사자를 말한다. 이용자들의 비용 중 25~75%를 여성가족부가 보조해준다. 전국 2만1000여 명 가량인 아이돌보미는, 서비스 유형별로 여성가족부가 정한 시급(시간제 돌봄의 경우 2018년 기준 시간당 7800원)과 심야·주말 서비스 제공에 따른 일정 수당 외 근로기준법이 정한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3년 고용노동부가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이돌보미들은 여성가족부에서 직접 통장으로 수당을 받고 있지만, 근로 계약은 각 지역별로 사업을 맡았던 위탁사업자들과 진행됐다. 이는 노인들에게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요양보호사들이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로부터 근로자로 인정받고 있고 있는 것과 다르다.
특히 재가요양보호사들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일하지만, 아이돌보미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을 한다는 ‘표준계약서’만 작성하기 때문에 주휴 수당이나 연차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아이돌보미들에게 연장근로·휴일근로 수당 중 미지급분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지만, 이들이 요구했던 주휴 수당(1주 5일동안 개근해 일한근로자에게 하루를 더 일한 것으로 간주해 지급되는 임금)과 연차 미사용 수당 지급 청구는 제외됐다. 재판부는 “아이돌보미들과 서비스기관의 관계상 합리적인 방법으로 주휴수당이나 연차휴가 일수를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회서비스 노동자 등이 소속된 공공연대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가족부에 항소 포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2013년 고용노동부가 아이돌보미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회신을 (여성부에) 했으며 2017년 서울고등법원에선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임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여성부는 문제 해결보다는 사법부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수동적 자세로 아이돌보미들이 수년동안 지급받지 못한 각종 수당 문제를 방치했다”며 “항소를 포기해 논란을 불식시키고 아이돌보미 법정 수당에 대해 2018년 추경편성을 통해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아이돌봄 노동자 1700여명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각종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내린 바 있다.
여성가족부는 “항소 여부에 대해선 관계 부처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앞으로 아이돌보미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지는 올해 하반기 내 별도 처우 개선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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