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24일 강진군 도암면 지석리 야산에서 수습한 실종 여고생의 주검을 운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진 여고생 실종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용의자의 차량 안에 있던 낫자루에서 숨진 여고생의 유전자를 검출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강진경찰서는 26일 “용의자 김아무개(51·사망)씨와 피해자 ㄱ(16·고1)양이 만난 직접증거가 확보됨에 따라 사망의 원인, 시간, 장소 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용의자 차량 트렁크 안에 놓여있던 낫의 날과 손잡이 사이 자루 부분에서 ㄱ양의 유전자를 검출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낫자루에서 나온 피해자의 유전자는 사건 해결의 유력한 단서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 낫자루에서 핏자국이나 김씨의 유전자는 찾아내지 못한 상황이다. 김씨는 실종 당일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차량 트렁크에서 배낭과 낫을 동시에 꺼내 따로 보관했다.
경찰은 “차량 동선과 전화 위치 등 정황증거와 ㄱ양 유전자 등 직접증거를 종합해 사건 당일 용의자 김씨의 행적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16일 오후 1시50분 김씨가 차를 타고 집을 나설 때부터 이튿날 오전 6시17분 집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최후의 16시간’을 재구성하기로 했다.
ㄱ양이 어디서 숨졌는지는 가장 큰 의문이다. ㄱ양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김씨가 승용차를 주차한 농로에서 험준한 산세를 타고 30분 이상 걸어야 하는 곳이다. 경찰은 김씨가 야산 정상에 오른 경위, 휴대전화가 끊긴 정황, 주검을 유기하는 과정, 귀가 뒤 저녁에 외출한 이유 등을 수사 중이다. 공범과 다른 피해자는 없었는지도 조사한다. 김재순 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용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숨져 수사가 어려웠다. 낫자루에서 물증이 나오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 부검과 감정 결과, 영상·통신 자료와 인적 수사 내용 등을 종합해 사건의 전말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2~3주 뒤 최종 부검·감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이날 1차 부검이 끝난 ㄱ양의 주검을 유가족한테 인계하고, 화장을 승인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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