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담담
광양 공감#22 마을문화기획자 대학교수의 국가 보조금 횡령·유용 사건은 이제 흔한 뉴스가 됐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셀 수 없을 만큼 종류와 명목이 다양한 것이 보조금 사업이다. 숫자가 많다 보니 보조금 사업에 얽혀 망신을 사는 이들은 비단 교수만이 아니다. 마을은 어떨까. 지난 겨울 어느 신임 마을 이장은 경로당 난방비 보조금 정산날짜를 통보받았다. 서둘러 파악해보니 마을 몫으로 할당된 보조금 중 상당액이 남아있어 날짜 안에 경로당과 여유가 있는 마을 사람들의 기름통을 채우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에게 되돌려 받은 난방비는 마을 공동사업비로 쓰였다. 이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장은 잘못된 관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 보조금은 국가 외의 자가 수행하는 사무나 사업에 대해 국가가 이를 조성하거나 원조하려고 주는 돈이다. 보조금, 부담금, 급부금 등으로 주는 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해 두었다. 지방자치단체도 맡은 사무와 관련해 개인·법인·단체에 기부나 보조로 공금을 지원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온 한 정당의 문화예술 분야 보조금 사업 개선 관련 공약엔 “문화예술의 검열, 지원정책을 통한 통치, 중앙집중적 문화예술정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조사업 통합관리 시스템인 e나라도움 폐지와 지원자 모두가 참여해 토론으로 지원사업을 결정하는 공유형 지원심의 제도 도입”이라는 내용이 들었다. 또 “지원사업의 유형에 따라 지원 당사자 간, 시민, 전문가 등이 심사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며 사업 신청과 정산 간편화를 위해 형식적인 비교견적서 결의서 품의서 등을 없애고 최소 증빙으로 정산한다”는 제안을 했다. 적극적인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순천시장 당선자는 지역 보조금 수급단체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보조금 정산 간소화’를 공약했다. 그는 “어르신 단체에서 지원받은 보조금 200만원을 정산하느라 진땀을 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계좌이체나 카드지출이 100%인데도 정산 서류가 지나치게 복잡한 것은 문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서 대비 지출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국한하고, 사후에 문제점이 나오는 경우 감사를 하면 된다. 정산 간소화를 통해 불필요한 인력 낭비를 막고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산 간소화에 다른 편리와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 사이에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이렇게 e나라도움 시스템의 문제점, 투명하지 못한 사업 운영, 사업 신청과 정산 간소화, 사업 평가의 세분화 등은 이제 지방정부들이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안으로 떠올랐다. 60조원이 넘는 국가 보조금을 펑펑 쓰는 눈먼 세금이 아니라 소멸위기의 지방을 살릴 종잣돈으로 돌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지난 1월 지방 보조금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석 달 뒤인 4월에 예산 바로쓰기 감시단을 구성했다. 구성 초기인 만큼 시간을 조금 더 두고 활동 성과를 지켜보려고 한다. 운영이 잘못되면 형식적인 위원회 수준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기초단체에서는 사업의 선정, 예산의 배분, 심의와 평가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예산이 낭비되기도 한다. 1년 내내 지속해야 하는 문화예술사업을 행정편의에 따라 하반기부터 시작해 짧은 기간에 집행한다든지, 취지와 달리 신청사업 전부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선심성 나눠주기로 집중이 필요한 사업을 소홀히 한다든지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다양한 보조금 사업, 그 효율적 쓰임과 잘못된 관행의 개선을 위해 정부에서 마을까지 깊이 있는 토론을 펼쳐야 한다.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소규모 주민 감시단(모니터링)을 자발적으로 운영해 보거나, 지역에 연고가 있는 전문가(멘토)한테 지혜를 들어보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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