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담담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민선7기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취임식을 취소하고 ‘쁘라삐룬’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 재난대비 업무로 대부분 일정을 시작했다. 해안가, 침수우려지역, 급경사지 등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들을 둘러보고 점검하기 위해서다. 해마다 발생하는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자치단체의 당연한 책무다. 또 매우 적극적이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남지역 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에 날마다 상정되고 있는 개발행위에 대한 제재나 방지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이다. 도시와 건축계획 분야의 예를 들어보자. 건축기본법과 경관법에서는 건축정책 기본계획이나 경관 기본계획을 수립해 건축 디자인, 색채, 높이, 밀도에 대한 제약과 도시미관을 해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도록 한다. 광역자치단체는 의무적으로 이 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선 시·군은 그렇지 않다. 전남의 경우 시보다는 작은 단위의 자치단체들이 많다. 5개시, 17개군으로 구성돼 있다. 읍면은 각각 33개, 196개가 있다. 도서는 2165개로 전국 도서의 65%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순천시만이 건축정책 기본계획을 통해서 도심 속 무분별한 건축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건축 디자인 가이드 라인을 수립했다. 작은 단위의 군·읍·면은 요즘 무척이나 바쁘다. 도시설계를 전공한 나로서는 그들의 과거, 현재를 통해서 미래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거시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문제되는 지역에 대한 해결방안, 잠재력 등은 어떤 것인지 등을 조속히 파악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요즘 몇몇 자치단체들의 심의위원회 활동을 하다보면, 향후 지역에 피해가 갈 수 있는 지나치게 많을 정도의 개발계획들을 상정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것들이 태양광 발전사업과 축사에 관한 부분이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면서 너도 나도 앞다퉈 ‘전기농사’를 짓고 있다. 그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사태에 의해서 무너져 버린 지역과 똑같은 형상으로 자연을 해쳐야만 할 수 있는 반환경적 사업이다. 산 속 어디엔가 전혀 살 수 없을 것 같은 장소에 성냥갑같은 주택 몇 채를 짓는 전원주택단지 조성사업도 문제다. 1990년대 초에 유행하던 ‘나홀로 아파트’가 자연속에 버젓이 계획돼 주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또 도심속의 경우 도시경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초고층아파트는 자치단체의 도시계획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용적률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된다. 절대농지에 우뚝 솟아있는 축사도 주변의 농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심의위원들의 책상 앞에 올라오고 있다. 축사는 또다른 농민들의 경작활동이지만, 단순히 주거지역으로부터 이격거리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저 멀리 떨어져 있으면 할 수 있는 단순 경작활동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제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자연과 환경은 후손들에게 잘 가꾸어 유산으로 남겨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며, 잠시 우리에게 맡겨져 빌려쓰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요즘 도시재생이 뜨겁지만, 한번 지어진 건축물은 그리 쉽게 철거할 수 없는 재화다.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새로 업무를 시작한 자치단체장들은 많은 도시개발과 정책,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음을 알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은 태풍이 올때만이 아니라, 잔잔한 일상속에서도 무분별한 건축행위나 반환경 사업 등이 없는지를 늘 잘 살피고, 들여다보기를 해야할 것이다. 건축과 도시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소신을 기대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